노천 목욕탕

2007. 7. 13. 11:51삶의 잡동사니

 

 엊그제 엄청나게 비가 내렸다.

농막 옆 개울의 물이 크게 불어나 웅덩이깊이가 들어가 앉을 만하다.

 새벽에 고구마 이랑의 풀을 뽑고 베어 갈아주며 두 시간 보내니 온 몸에 땀이 흘러 아래 웃옷이 모두 물걸레다. 옷 입은 채로 풍덩!

 아침 먹고 차 마시고 쉬다가 몸이 근질거려 고구마 밭 한 쪽에 길게 심은 고추이랑 두 줄의 잡초를 베어 두둑에 두텁게 피복을 해 주고, 호박고구마가 죽어서 빈 자리에 고구마 줄기를 잘라 정성스럽게 심다보니 또 땀범벅이라 노천탕으로 직행하여 풍덩! 들어갈 땐 작업복장 그대로, 나올 땐 물을 짜내고 툭툭 털은 팬티만 입은 채 나온다. 보는 이 없고, 주변 신경 쓸 이유 없어 편하다.

 

 점심 먹고 농막에 누워 책을 보니 살살 졸려온다. 낮잠 자는 것을 즐기지 아니하니 농막 안에서 할 것 없나 두리번거린다. 농막 청소하기가 제격이다. 창고의 연장을 정리하고 잡동사니 정리하며 청소를 하니 내복 바람이지만 땀이 또 흠뻑. 그대로 목욕소로 직행. 무성한 뽕나무 잎 그늘이 드려지어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늘어지게 탕 안에 앉아서 즐기려는 데 좀 지나니 추워서 앉아있기가 어렵다.

 번개 치며 쏟아져 내린 비 덕분에 텃밭에서 호사를 누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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