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새의 보금자리
2007. 7. 6. 00:59ㆍ삶의 잡동사니
삼주일 전쯤인가 농막에 붙은 화장실에 딱새(?)가 바쁘게 지푸라기를 물고 드나들어 살펴보니, 화장실 위쪽에 만들어 붙여놓은 휴지 넣는 박스에다 새집을 지어놓고 조그만 알을 여섯 개나 낳아놓았다.
알이 부화되는 때가 다 되었을 때엔 화장실 문을 열고 전등을 켜고 보아도 어미가 도망을 가지 않고 빤히 쳐다보니 부정탈까봐 오래 보지를 못하고 “괜찮다, 걱정마라!”라고 이야기하고 조용히 문을 닫아주었다.
알에서 새끼가 나온 지 일주일이 되고 새끼들의 몸통에 털이 꽤나 많이 달렸다. 화장실에 들어가 입술을 내밀며 “쮸쮸” 거리면 새끼들이 조그만 입을 쫙 벌린다.
화장실 문을 열어놓고 용두산 전경을 바라보며 상쾌하게 볼일을 볼 때에는 어미들이 먹이를 물고 새집으로 날라 들어오다가도 내가 있음을 감지하고 옆 밭의 소나무로 날아가 앉아 내가 나가기를 기다린다.
텃밭의 돌탑외등에 일부러 새집을 지으라고 만들어준 공간을 외면하고 화장실에 새집을 지은 걸 보면 새 생각엔 화장실이 더 아늑하다고 하여 보금자리를 만들은 것이 아닌가한다.
새끼들이 좀 더 크면 좀 만져보고 먹이도 주며 길들여볼까? 아니면 있는 그대로 보고 즐기고 새끼들이 훨훨 날아갈 때까지 손을 대지 말아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