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19. 10:12ㆍ농사
몇 년 동안 잡초에 덮여있던 돌밭을 예초기로 한 번 다듬은 다음에 괭이로 푹푹 찍고서 심은 들깨모종 400여개가 제대로 살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었다.
유난스런 폭염과 가뭄으로 많은 작물들이 말라죽어가는 이상기후에 한 달 동안 물 한번 받아먹지 못한 어린 들깨모종들이 모두 잘 살고 있을 리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번 소낙비 이후로 모종을 심어 뿌리활착에 많은 도움이 되었었고, 열흘 뒤에 주변 잡초들을 한 차례 깔끔하게 깎아내고 귀한 인분주거름 한 모금씩을 주어서인가 말라죽은 녀석들이 많이는 없었었다.
그런데 이 번 여름은 아주 너무너무 뜨겁다!
그 뜨거운 가운데서도 잘 자라는 건 생명력이 질긴 잡초들이라 돌밭이 온통 잡초천국이다.
일 주일 전 텃밭에 가서 들깨 밭을 보니 들깨 밭이 아니고 완전 잡초 밭이다.
그래도 기대를 갖고 잡초 밭으로 들어가 살펴보니 싱싱한 작은 들깨들이 싱싱함으로 환영을 한다.
그리고는 텃밭주인의 게으름을 지탄하는 들깨 향으로 데모를 한다. 빨리 잡초들 좀 어찌 좀 다스려 들깨들이 편하게 자라도록 해달라고 말이다!
머리, 얼굴에서 시작하여 발목을 지나 신발 속까지 적시는 땀을 흘리고서야 들깨들의 아우성을 잠재웠다.
그리고는 다시 또 들깨 바로 밑 부분의 남은 잡초는 깨끗하게 뽑아주고는 거름기가 부족한 듯해서 유박거름을 한줌씩 들깨주변에 뿌려주었다.
서툰 농부 치기로 밝게 웃는 들깨들을 웃거름 주면서 세어보니 270여개다.
예초기 돌리며 희생시킨 들깨모종 20여개를 더하면 75% 가량 살았다는 이야기다.
보살핌도 별로 받지 못하고 폭염과 가뭄을 이겨낸 들깨들이 기특하다.
들깨들의 상태는 1/3 정도는 아주 잘 자랐고, 1/3 정도는 그저 그렇고, 1/3 정도는 한 뼘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뿌리만 박고 버티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싱싱하게 버티며 텃밭주인의 만족스런 웃음을 유발시키는 들깨들이 아주 준수한 가을들깨들임을 예약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에 올해는 맛있고 향 좋은 들기름을 충분히 먹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아무리 가물어도 서늘한 가을바람이 지나다니니 조만간 더위를 잠재우는 소나가가 내릴 것이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상태로 볼 때에 밭의 흙바닥이 갈라지지 않는 한 잡초와 어우러진 들깨가 죽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충분한 비가 내려야 들깨의 성장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만족스런 결실을 얻을 것이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부들의 간절한 마음이 통하여 시원스런 빗줄기를 어서 만들어지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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