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속의 보물

2018. 8. 19. 11:16농사

 돌밭이 풀밭이라 어느 땐 작물이 아예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파 한 뿌리 뽑아서 찌개를 끓이려면 파 보다 미끈하게 뻗어 올린 잡초를 헤집고 파를 찾아 실한 파뿌리를 가진 놈을 골라 뽑아야하고, 작은 호박 하나를 따려면 작대기로 풀밭을 헤치며 주먹 만 한 애호박을 찾아야한다.



예초기로 수박 본줄기를 싹둑 자른 후에는 예초기를 더욱 신중하게 돌리고 있다.

그래도 들깨 녀석들 이십 여개를 날려버렸고, 고추 실한 녀석을 세 녀석이나 동강내었다.

텃밭에는 풀들이 잡초공화국을 만들어 놓고 있다.

그게 아니라 텃밭주인이 잡초들을 싹 쓸어버리지 않고 같이 놀고 있다.

제초제, 농약, 비닐멀칭, 화학비료 등을 아예 만지지 않고 풀하고 작물을 섞어서 키우니 온통 풀밭인 것이다.

그렇다고 잡초들을 마냥 그대로 놔두지는 않는다.

먹을 것 얻어내느라 적당히 잡초들을 토벌하기도 하고, 잡초를 작물의 재배에 이용하기도 한다.



고구마는 고랑으로 뻗친 줄기와 잎을 어쩔 수 없이 잡초와 함께 적심해 버렸고, 땅콩 아래까지 뻗친 바랭이는 땅콩의 자방과 함께 목을 치는 수밖에 없다.

일일이 호미와 낫으로 쭈그리고 기어가면서 돌밭을 돌보기에는 너무 힘들어 생산량에 얽매이지 않고 나오는 대로 거두고 먹는다는 편한 마음으로 작물들을 키우기에 예초기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

예초기로 잡초를 다스리면서 많은 작물들을 함께 잘라내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하지만, 지금도 이따금씩 귀여운 작물들을 아차 하는 순간에 날려버리곤 한다.

기계를 사용하는 것이 언제나 쉽고 편한 일은 아니다.

텃밭의 보물들을 잘 보살피며 맛있을 때에 거두려면 항시 조심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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