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18. 18:32ㆍ농사
며칠 동안 둘째아들 사는 경주에 가서 사돈내외와 지내고 오는 길에 텃밭을 들렀다.
아내는 옮긴 농막의 내부에 설치한 욕실과 헛간을 둘러보고는 고생 많았으나 혼자서 힘든 일 잘 했다고 칭찬을 하였으나, 농막 안의 소형냉장고 안을 살펴보고는 혀를 끌끌 찾다. 텃밭에 가서 며칠 지내고 오면 살이 빠지는 이유를 알았다고 말이다.
있는 건 쌀 없는 잡곡과 시큼한 김치와 오이장아찌, 깻잎장아찌, 된장, 간장, 고추장 !
난 그 정도면 충분한데....
밭의 푸성귀만 찾아서 간을 좀 하면 맛있는 반찬이고, 단백질 좀 먹어야 한다면 어쩌다 참치통조림, 돈육통조림, 달걀 정도 먹으면 되는 것 아닌가?
땅콩 밭을 보니 잎에 갈색반점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한포기 호미로 긁어보니 많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정도의 땅콩들이 꽤 달려있는 데, 거의 반은 덜 여문 땅콩 알이다.
한 녀석 더 긁어 땅콩을 거두어 좀 이르게 캔 고구마와 함께 삶아서 먹어보니 맛이 참 좋다.
일주일 쯤 후에 텃밭에 갈 때에 땅콩을 거둘까하다가 고구마이랑 사이의 고랑에 잔뜩 널려있는 땅콩껍질을 발견하고는 마음이 바뀌었다.
들쥐들이 내 텃밭에서 땅콩잔치를 벌이고 있는 증거물을 보았기 때문이다.
일주일동안 덜 여문 땅콩이 여무는 것보다는 들쥐들이 잘 여문 땅콩들을 더 많이 먹어 없앨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다급해졌다.
잘못하다가는 땅콩을 전부 텃밭의 들쥐에게 빼앗길 것이기에 서둘러 땅콩을 거뒀다.
아내가 있어 작업이 빨라 해지기 전에 작업완료!
튼실한 녀석들 가려 거둔 것이 세 관 쯤 되니 부족하나마 일 년 먹거리이다.
내년에 땅콩농사 제대로 하려면 들쥐를 내 텃밭에서 쫒아버리는 방안도 강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