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인프라

2017. 9. 24. 16:50농사


 올 초봄부터 시작된 텃밭에 관련된 작업들이 거의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2004년부터 내 놀이터가 되어왔던 텃밭이 중간의 공백기인 7년이 지나고 내년부터는 텃밭주인이 놀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는 텃밭으로 되어가고 있다.

비록 시골에 집을 짓지는 못하였어도, 텃밭에서 내 맘대로의 농사놀이를 하면서 귀촌생활을 즐기도록 하는 데 필요한 시설과 여러 조건들을 거의 다 갖추게 된 것이다.

 여섯 평 컨테이너, 그에 부속된 세 평 헛간, 농막 화장실안에 설치한 작은 욕조와 양변기, 양변기와 연결된 인분주제조시설, 농막출입구에 연결된 비가림지붕, 그 아래에 큼직한 개수대, 차광망 씌운 22평 비닐하우스와 그 안의 목공작업대 등을 완료, 보수하였고 전기와 수도가 연결되어 있으니 나 혼자 텃밭생활을 하는 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게 준비를 해온 것이다.

 혼자서 이것저것 작업을 하는 중에도 조금씩 시간이 나는 대로 고추, 고구마, 땅콩 밭을 만들었고, 상추와 대파도 심어 봤으니 농사 맛을 아주 안본 것은 아니다.








                 




 내년부터는 지금 보다는 좀 더 수준이 있는 농군이 되고 싶은 마음에 행정적인 모양도 갖추며 텃밭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그래서 올 초부터 시청, 면사무소, 농산물품질관리원, 농협 등을 돌아다니면서 무식하게 부닥치면서

새로 변경등기 한 텃밭으로 농지원부를 변경작성하였고,

농막설치신고를 하였고(기존에 있던 농막은 없는 것이어서 신고과정에서 면사무소의 공무원이 실사를 나왔고, 사실상 농막설치허가와 다름이 없었다),

텃밭에 설치한 농막을 근거로 텃밭에 새로운 도로명 주소도 부여받아 주민등록까지 이전가능하게 준비하였고,

농업경영체변경등록을 하였으며(텃밭과 주소지가 멀어 변경등록신청과정상 애 먹었다. 이때에도 품질관리원 직원들이 현장을 조사하였음. 동네 이장의 경작사실확인서는 있으나 마나다),

며칠 전에는 지역농협에 조합원가입신신청을 하여 승인을 받았다(역시 농협직원의 현장조사를 필함).


 텃밭놀이라고 나 자신은 장난 끼가 발동한 표현을 하며 텃밭생활을 하지만, 행정서류상으로 볼 때에는 프로농군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착착 갖추어가고 있다고 볼 것이다.

그래보았자 내가 텃밭에서 얻는 소득은 별 것 아닐 것이다. 내가 할 수 있고, 또 즐기는 농사방법으로는 겨우 우리 집식구들이나 겨우 먹을 먹거리를 얻는 정도에 불과할 것이니 남에게 팔아서 얻는 소득은 내 농사방법을 인정하고 비싸게 사 주는 도시인이 연결되지 않는 한 형편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내가 도시생활을 계속하면서 적자생활을 지속하는 것보다는,

내 맘에 드는 공기 좋은 농촌에서 심신이 피곤하지 않게 즐기는 텃밭생활이 훨씬 더 경제적이고 건강에도 좋은 노후의 생활방편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농사로 인한 소득을 굳이 따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별 부담이 없다.


 경운기의 도움 없이 큰 밭을 가꾸는 건 어렵다. 그러나 맨손으로 즐기는 나의 농사방법으로 1,200평 쯤 되는 내 밭을 경영하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돌을 많이 골라낸 농막 부근 200여 평 비옥한 텃밭은 내 손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들을 심을 것이고,

이미 커서 열매가 잘 열리는 200여 평 매실밭은 전지작업 후에 일 년에 두어 차례 예초기로 잡풀을 잡아주면 될 것이고,

산 아래 사백여 평 밭은 내년 봄에 관리하기 쉬운 키 작은 과실들을 심을 요량이고,

비닐하우스 동편 삼 백여 평은 정지작업을 해 가면서 활용방안을 생각을 할 것이다.

내 농사하는 방식과 실력으로는 먹고살기 힘들고, 그러려면 몸이 축난다는 건 분명하니 심심을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텃밭생활을 나름대로 즐기는 데에 포인트를 두고자한다.

 내 머릿속은 매일 밤 잠자기 전까지 무지 바쁘고 텃밭으로 꽉 차있다.

그렇지만 눈 감으면 잠을 바로 자기에 텃밭으로 골치가 아프지는 않다.

아무리 슬슬 놀며 즐기며 텃밭생활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지만 내년 봄부터는 텃밭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땀 많이 내며 노동을 많이 할 것이다.

포클레인이 금년에 작업을 좀 했기에 앞으로는 곡괭이와 삽질, 호미질로 텃밭의 모양을 내는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슬슬하기에는 맘이 좀 바쁘다.

얼른 기초작업을 끝내고서 일흔을 맞이하는 텃밭의 주인이 땡땡이를 까면서 슬로라이프를 즐겨야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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