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가 왜 이래 !

2017. 10. 21. 13:30농사

 올 한해는 농막과 부대시설하고 씨름을 하는 통에 농사는 아예 뒷전이었다.




넓은 텃밭에서의 6년 만에 다시 시작한 올 농사는........

매실나무 25그루에서 매실수확 20여 킬로그램(나머지는 벌레 먹고, 떨어지고),



고추모종 한 판으로 풋고추 네 관 거두고(홍고추는 전혀 거두질 못함) 지금까지 그런대로 집에서 먹는 풋고추나 좀 따먹고 있고,

잡초를 두어 번 예초기로 다스려준 고구마는 그래도 양호한 편이라 다섯 관 정도 거둔 풍작이지만 호박고구마가 아니라 좀 거시기 하고,




초봄에 심은 유실수 사십여 묘목들은 반이 넘게 잡초에 덮여 죽었으니 게으른 텃밭주인이 미안스럽기 짝이 없고 ,

토질이 알맞아 맛이 좋던 땅콩은 들쥐들 극성에 반타작을 하는 바람에 우리 집식구들 먹기에도 많이 부족하였고,

토종 옥수수는 아직까지도 간식꺼리로 즐겨 따먹고 있으나 알이 작고 옥수수 대의 모양도 볼품이 없고,



뒤늦게 심은 상추는 뒤늦게 번성을 하여 집에서 푸지게 먹고는 있으나 실은 올해 몇 번 먹지를 못했으니 풍작이라고 할 수 없고,

현 상태에서 제일 중요한 배추와 무는 팔월 초순에 심어야 하는 데 팔월 말에 심은 관계로 아직도 애송이라 서리 내리는 11월초까지 자라봐야 60일 배추로서 속 차기는 글렀으니

정말로 한심한 지경이라고나 할까? ㅎㅎ



 아니 그보다는 없는 시간 짬짬이 내서 맛들은 다 보았으니 그나마 농사의 즐거움을 다시 알아 본 텃밭생활을 즐겼다고 스스로 위로하는 게 차라리 좋다고나 할까?

어쨌든 이리저리 뛰며, 설치고, 사지가 무지무지 아프도록 막일을 하면서 노력을 한 결과…….

텃밭을 공유자인 친구와 합의한 대로 나누어 분할등기하고,

측량을 한 결과에 따라 경계선에 맞추어 나무들을 심었고,

농지원부를 새로 작성하고,

농업경영체 변경등록을 하였고,

텃밭에 도로명주소부여를 받고 농막설치에 따른 가설물설치신고를 하여 텃밭의 존재감을 높였으며,

단위농협에 조합원가입을 새로 하였으니,

올 한해는 자연 그대로의 텃밭농사, 취미농사를 부르짖어 온 칠십 노년의 입장으로서는 괄목한 성과를 이룬 한해였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프로농군이 바라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짓을 하는 텃밭주인이지만,

나와 같은 종류의 취미농군이 바라보면 감히 흉내 내기도 쉽지 않은 멋진 쾌거를 이룩한 것이 아닐까한다.

무엇보다 내가 추구하는 내 멋대로의 자연농법을 구사하며 나름대로 즐기는 농사를 할 수 있는 텃밭기반을 구축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


 비록 고물컨테이너농막이지만 내 생각대로 꾸며가며 거의 완성단계로 접어든 모양을 볼 때마다 눈과 입가에 흐르는 미소는 나의 심신을 상쾌하게 만들고 있으며 자연미 넘치는 내년의 변화된 텃밭을 예고한다.

직업이 농업인이라고 어색하고 어설픈 구색을 맞추었지만 어디 내가 농사로 소득을 제대로 올리며 생활할 수나 있을까?

관행농법으로 비지땀을 흘려가며 노력을 하여도 돈 벌기 힘든 현실에서 경운기도 없이 삽, 호미, 쇠스랑으로 하는 나 같은 날라리농법으로 뭔 돈을 만질 수가 있겠나!

익숙한 도시생활의 연속으로 소득이 없는 대도 예전의 씀씀이로 생활을 한다는 것은 은퇴를 한 지금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소득이 없는 지금으로서는 도시생활을 접고 텃밭생활에 적응을 하면서 창피스런 수준이라도 가능한 대로의 농사소득을 좀 올려야 될 터이다.

 봉급쟁이를 끝낸 칠십이 다 된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수입의 추구보다는 소극적인 지출로 생활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하고, 또한 그런 방안대로 살아가는 생활이 인생의 즐거움이 되도록 만들어야 별 재주 없는 나 같은 이가 노년을 그런대로 즐기며 살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


* 벌써 해질녘이면 추워진다. 잡초에 덮여있는 가재와 작은 물고기들이 살고있는 텃밭연못은 아직도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있다.


 서리내릴 무렵인 시월 말이면 텃밭의 몇 되지 않는 작물들은 텃밭주인인 나의 손길도 필요하지 않은 상태로 된다.

텃밭에 무성한 잡초들의 씨앗이 여물은 지금부터는 내년의 텃밭을 어떻게 경영할 것인지를 구상하면서, 그에 따른 준비를 하면서 지내야한다.

내년에는 올보다는 육체노동이 좀 적어지기를 바라면서, 정신적으로 좀 더 여유로워지는 텃밭생활을 하려고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을 그리 한다 해도 1,200여 평이 넘는 넓은 텃밭이라 보기에 좋은 모양을 내려면 손바닥에 굳은살이 붙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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