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1. 16:49ㆍ농사
텃밭의 매실이 익었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며칠 지나 주말을 이용해 텃밭에 갔다.
온통 풀천지라 십여년 전에 심은 과일나무들이 풀에 덮혀서 풀인지 나무인지 모를 녀석들이 많아 애닳기조차 하다.
육년 전에 고생하며 만든 비닐하우스는 비닐이 찢기어 새옷을 갈아 입혀달라고 아우성치는 듯하고,
잡초에 휘감긴 과수들은 숨쉬게 해달라고 고함을 치는 듯하다.
그 와중에도 여기저기 열매를 만든 기특한 녀석들이 있어 주인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내 후년 부터는 텃밭을 다시금 가꿀 것이니 녀석들에게 조금만 더 고생을 참아달라고 말 걸어 본다.
*텃밭의 돌탑외등은 담쟁이덩굴을 푸지게 입어 돌탑인지를 모르겠다. 그러나 밤엔 여전히 멋있다
*달콤한 보리수 열매가 엄청 많이 달려 한 관 정도 따서 항아리에 효소를 담갔다
*비실거려서 죽은 줄 알았던 호두나무가 키도 못 컷는데 알맹이를 만들고 있다
*고라니가 다닐 것 같은 앵초밭 저 끝에 매실이 당당히 자라고 있다
*자두나무 세 그루 중 유일하게 살아난 녀석이 꽤나 실하게 자라 큼직한 놈을 달고 있다
*뒤늦게나마 익어가는 매실
*성질 급해 익고 마르고 썩은 매실을 달고 있는 녀석
*하늘다람쥐가 살던 썩은 버드나무를 없앴었는 데 다시금 초고속으로 성장하여 높이가 한 십오 메타는 되나보다. 내 텃밭의 랜드마크 ㅎ
버드나무 왼쪽 이 높이 5.5메터의 22평 비닐하우스 에구야!!! 비닐이 영~~~!
*언제나 자랑하고 싶어하던 텃밭의 연못이 이 지경이 되었다. 관리부재라 배수구를 열어놨어도 언제나 물이 한 자 정도 고여있고 붕어와 피래미가 살고 있다.산딸기가 번창하여 둘레를 덮고있다
*자두인지 살구인지 죽지는 않고 크게 자라지도 못하고, 에구! 다음에 갈 땐 거름 좀 주어야겠다
*복숭아라고 심은 녀석의 모양이 괴상하다. 신품종?
*내 텃밭 위쪽의 친구 텃밭은 잡초를 베어내서 깰끔하게 보인다. 그 친구 힘에 부쳐 놀리는 땅이 무지 많다
*친구의 농막. 정성들여 가꾸니 보기 좋다.열 평크기에 앞옆으로 데크를 만들었다. 몇 년동안 톱질하더니 솜씨가 제법이다
*내 농막에도 새주소판이 붙었다. ㅎㅎ 송학면 개화길 88-36 !
*내년엔 농막에 페인트칠 좀 해야겠다.ㅎㅎ 그래도 농막안은 잘 보존이 되어 호텔방이다 ㅎㅎㅎ
*매실이 제대로 익으면 이렇게 되는구나 ! 청매실이나 시중에서 파는 소위 익은 황매실이라고 하는 것들과는 차원이 다르구먼!!!
벌레먹고 물러서 못쓸 녀석들 말고 좀 괜찮은 놈들을 정성들여 두 시간 수확했지만 겨우 두 관 땄다. 그런데 이틀 만에 집에 가 보니 무른 놈들 투성이다.
미누라가 쓸 놈이 한 주먹도 못된다고 구박이다.
그래도 나는 매실청 만든다하니, 손질해 놓고는 술이나 담그란다.
저녁에 들어와 보니 씻어서 꼭지를 제거해 논 것들이 그런대로 쓸 만 하다.
에라 모르겠다.설탕을 부어 매실항아리 작은 놈 두 개 만들어 창고방 구석에 감추고는 술 담갔다고 거짓말 했다.
뭐라고 구박하면 내 혼자 썩은 향기 푹 배인 맛있는 텃밭의 홍매실청 먹을 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