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2. 17:50ㆍ삶의 잡동사니
작년에 거둔 땅콩을 까보니 너무 마른 것 같아 종자로 쓰기가 찜찜하여 열 개를 물과 함께 그릇에 넣어보았다.
사흘이 지나자 모두 탱탱 불은 상태로 된 후에 뿌리가 힘차게 뻗고 자란다.
텃밭에 종자로 쓰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는 걸 말해주니 안심하고 집에서 먹다 남은 피 땅콩을 손으로 까서 땅콩알맹이를 빼내었다.
오백여개를 까내어 찌그러지고 못생긴 놈들을 가려내고 튼실하게 자랄 놈들을 400여개를 골라내었다.
소파에 앉아 쭈그리고 두 시간 넘게 작업을 하니 어깨, 목, 허리, 손가락이 아파서 오백 개를 까려다가 사백 알맹이 선별작업으로 끝냈다.
종묘상에서 파는 땅콩종자는 일반적으로 양호하다. 그런데 값이 좀 비싸다.
보통 30g에 \3,000-선인데, 30 알 내외이니 땅콩 한 알에 거의 \100-이다.
종묘상 땅콩이 비싸다고 시장에서 파는 피 땅콩이나 볶지 않은 알 땅콩을 종자로 밭에 심으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싸다고 사면 보통 중국산 땅콩이고, 묵은 땅콩을 햇땅콩이나 국산땅콩이라고 속이는 경우도 많아 발아율도 낮으려니와 발아되어 재배에 성공하여도 맛이 우리 재래종에 훨씬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또, 기계로 박피를 하여 까낸 땅콩은 발아율이 아주 낮다고 한다.
아무래도 압력을 강하게 받다보니 알 땅콩이 상처를 입어서 그런 게 아닌가한다.
전문적으로 땅콩재배를 하는 프로들은 절대로 땅콩종자를 사서 쓰지를 않는다고 한다. 수많은 땅콩종자를 사는 값도 값이지만 스스로 만든 땅콩종자처럼 믿고 파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규모로, 심심풀이로 땅콩농사를 하는 취미농군은 땅콩이 아주 맛있는 경우라도 씨앗으로 쓸 땅콩만큼은 잘 보관하였다가 다음해에 귀한 땅콩종자로 계속하여 사용함으로써 재래종땅콩의 명맥을 유지하고 맛을 즐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또한 텃밭농사의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20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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