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벗을 보며

2011. 9. 11. 20:16마음, 그리고 생각

 백수로 텃밭에서 뒹굴다 인천저축은행장으로 일한 지 벌써 이년이 되어온다.

어려웠던 시기에 저축은행을 이끌어가려니 여러모로 걱정이 태산이었고,

특히나 여신부문은 다듬어지지도 않았고 담당직원의 경력과 자질이 의심스러워 더욱 걱정이 되었었다.

골똘한 생각 끝에 전직에 있을 때 심사부장과 대기업센타장을 맡아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던 명예퇴직동기생에게 도와 달라 부탁을 했었다.

어려운 부탁을 흔쾌히 받아 그 친구를 인천저축은행의 고문으로 모셨다.


 사실 전직 은행생활 중엔 아주 친한 사이도 아닌 좀 어정쩡한 사이였고,

그러기에 오랫동안 접했지만 소주잔 바꾸고 기울이며 정담을 나누거나 골프 치며 농담을 즐긴 일도 별로 없었다.

퇴직 후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인연을 6년간 이어오다가, 2년간 매일 같이 밥 먹고 술잔 앞에 놓고 마음을 열며 이야기 나누는 생활을 하였으니 뒤늦게 진짜 친구가 되었다고나 할까?

자주 보며 인생길을 함께 걷는다는 자체가 동반자이고 마음이 서로 열려있으면 친구라 할 것인데, 그렇다면 이미 나와 그는 친구가 되었을 터다.


 친구가 인천저축은행의 고문직을 끝내고 이제 나와 헤어져서 일상을 달리한다.

이제부턴 매일 보지를 못하고 어쩌다 만나야하는 인생길을 간다.

자연 막걸리사발 들이키고 쓸데없는 이야기에 박장대소하는 횟수도 줄 것이다.


 인천저축은행에서 여신심사부문과 자금운용부문에 관한 고급지식을 나를 비롯한 직원들에게 나누어주고, 요즘의 저축은행사태로 인한 어려움을 같이 걱정하며 해결을 해오던 2년간의 세월을 보내고 떠나는 친구가 내게 선물을 주었다.

멋진 골프셔츠를 정성과 마음이 깃든 편지를 동봉하여 내게 주었다.

정말로 귀한 선물이 편지에 적혀있었다.


 친구는 지금처럼 늘 같이는 못하겠지만 가장 가까운 벗으로 많은 것을 공유하며 지내도록 하자고 이야기했다.

남남사이니 우정고백이라고 할까?


 친구의 우정고백을 받고나니 내 스스로가 멋쩍기도 하고,

내가 그와 같은 이야기를 먼저 하지 못한 어리석음에 창피스럽기도 하다.

그동안 내가 친구를 우정고백을 할 정도의 사이가 못되는 수준으로 지내왔다는 죄스런 마음으로 친구의 편지를 자꾸자꾸 읽어본다.

 친구가 내게 준 크나큰 선물을 정말로 경건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친구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인생의 동반자로서 우정을 이어갈 것임을 다짐한다.



 친구는 추석을 지내고 환갑을 맞이한 부인과 함께 터키로 여행을 간다.

부부 함께하는 여행길을 멋지게 즐기고 앞으로의 인생길을 새롭게 설계할 것이다.


 친구야!

정말로 무지무지 고맙다!

 

                                                               * 송별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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