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내

2011. 11. 29. 16:29마음, 그리고 생각

 울리는 휴대폰의 창을 보니 국제전화다.

자금사정에 어려움을 겪던 친구가 해외에서 한숨을 쉬며 전화를 한다.

국내의 회사자금이 없어 부도나게 생겼다고 말이다.

해외사업장을 매각한 돈이 늦게 들어오게 되니 자금융통 좀 하란다.

 

 거 참 어려운 문제다!

담보가 있냐? 내가 그럴 만 한 돈이 있냐?

저축은행장이 막 대출할 수 있냐?

그 친구와는 평생 돈 한 푼 빌리거나 빌려준 적이 없다.

그래서 편한 친구인데 지금 그걸 깰 수 있냐?

그걸 깨고 내 돈이나 내가 남한테 빌려서까지 친구를 돕는 것이 나을까?

 

 친구에게 말했다.

“자네 기분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다 부도를 내거라”

지금의 어음을 결제하면 끝이 아니고 줄줄이 사탕인데 계속하여 해결이 가능할까?

사업이란 불확실성이 더 많을 땐 포기하는 것이 상책이다.

확실과 불확실을 넘나드는 사업을 할 때는 인생을 걸 수는 있다. 그러나 남의 인생까지 걸게 하지는 말아야 할 일이다.

내게 떠오르는 직관으론 그 친구가 국내사업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보았다.

사기꾼이 아닌 한 사기나 경제사범으로 기소당할 일이 없으니 걱정을 말라고 했다.

사업이 잘 되질 않아 갚을 돈이 모자라는 걸 어쩔 테냐?

기업회생절차에 맡겨보는 것이 친구의 입장에서 좋은 방안이라고 설득했다.

가족, 친지, 친구 등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스스로가 괴로움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울어지는 사업을 위하여도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사람이 궁해지면 별 생각이 다 난다.

주위의 도움이 없으면 야속하기도 하고 어느 땐 분노하는 경우도 있다.

처한 처지를 냉철하게 짚어보면 선택의 길이 넓게 보인다.

인간관계로 우물쭈물하고, 정 때문에 끌리다 보면 모른 체하는 것보다 더욱 나쁜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사업 들어먹었다 해서 굶을 친구는 아니기에 정나미 없이 말했고, 넓은 마음 가진 친구이기에 허허하며 이해하고 웃었다.

어디 사업 망가지는 데 웃을 사람 있을까?

부디 정리 잘하여 가슴 아픈 채권자 없도록 하고 진정으로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큰 돈 욕심 버리고 정말로 부자같이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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