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발가락 수술

2014. 8. 17. 13:41삶의 잡동사니

 

 

 

 삼주 전에 마누라 난리가 났었다.

머리가 둔기로 맞은 듯이 띵하다하며 음식물을 먹기만 하면 계속 토했다.

금요일 저녁때 증상이 나타나 하루 이틀 지나면 낫겠지 싶었는데 이틀 간 증상이 계속되었다.

월요일 날 부랴부랴 병원에 가서 MRA, MRE 등을 찍은 결과 뇌동맥류 의증이라고 한다.

뇌혈관조영은 현 상태로 보아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담당의가 판단하였고 기넥신 처방만 받았다.

 

 종합병원에 가면 각종 검사가 줄을 잇는다.

어느 땐 그러한 검사들이 꼭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대부분 병원에서 하라는 검사를 물리칠 배짱이 없다.

검사를 안했다가 나중에 잘못된 것이 도지면 어쩌지?

검사비용 아끼려다 더 큰 돈을 지불하는 미련한 짓을 하는 건 아닌가?

여러 가지 검사를 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병을 찾아내고 치료를 받기도 한다는 데 그러한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것 아닌가?

여러 가지 이유로 병원에서 요구내지 권하는 검사를 스스로 거부하기는 참 힘들다.

 

 어쨌든 마누라는 머리 아프고 토하는 바람에 MRA, MRI, 혈액검사, 심장관련 검사 등을 했고, 그러한 검사를 받는 신경과 진료 중에 발가락 진료도 받았다.

오른쪽 넷째 발가락 앞 관절부위에 녹두알만한 크기의 부풀음이 있어 약간의 불편함이 있다하여 보니 좀 이상했다.

곪아 터지면 그만인 게 아니고 내 눈에도 손 좀 보는 게 좋다고 느껴져 병원 다니는 김에 이왕이면 발가락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게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것도 웬놈의  CT, 초음파 등의 검사를 거창하게 거친 결과. . . 관절의 물렁뼈가 자라는 이상증세라 수술을 하여야한다나?

어쩌느냐? 수술하지 않고 그냥 놔둘 수 있나? 방치하면 발가락이 아파지고 불편하거나 이상하게 될 것이라는데!

마누라는 애 둘 낳을 때 말고는 병원에 누워서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데, 이 번에는 하반신 마취에, 발가락 관절을 잘라내고, 긁어내고, 꿰매고, 수액에 영양제와 항생제 등을 섞어 주사를 맞는 등 혼쭐이 났다.

 

 병원 가면 환자는 병원 다니는 즉시 봉이 된다.

각종 검사를 왜 받아야 하는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비싼 검사를 다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며,

그냥 약물치료로 하면 될 것 같은데도 수술하라면 고비용의 수술을 받게 되는 경우도 많고,

의료보험이 되는 싼 의료수가가 적용되는 일반적인 처치와 좋다고 권하는 비싼 고급처치 사이에서 갈등하며 결국 내 주머니사정을 외면하면서까지 스스로가 왕자나 공주인 양 병원에서 대접받는 고급치료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진료와 처치를 받고 있는 경우에도  환자나 환자의 가족은 병원을 의심을 하거나 속병을 앓게 되는 경우도 많다..

 

 종합병원에 가보면 온통 웬 환자들이 이리 버글거릴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파서 입원하고 치료받았던 때는 까맣게 잊고 측은한 시선으로 환자들을 둘러보게 된다.

환자는 병원에 앓고 있는 병들에 관한 자료와 비용을 주면서 치료를 받으며, 병원은 병 치료에 관한 자료를 축적하고 발전시키면서 돈을 번다.

나 아프면 결국 남을 위하는 것이 되는가?

어쨌거나 아프면 봉이 되고 괴로워진다.

 주어진 명대로 건강하게 잘 살다가 가야되는데 어디 그게 맘대로 되는 일인가?

그래도 살아있는 때에 건강하도록, 그리고 내 몸 제대로 가누는 날까지 맘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그리고 죽을 때 평화로이 죽도록 기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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