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6. 15:29ㆍ삶의 잡동사니
민어회를 처음 먹은 때가 1995년이니 이십여 년이 되었다.
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식성이라 입에서 당기는 맛은 없었지만 은행지점장을 처음 나온 곳이 인천 신포동이라 인천의 맛있는 집을 찾다보니 그 때부터 지점 부근의 유명한 민어횟집을 자주 찾았었다.
신포동 민어횟집에서는 최소 두자반 이상의 크기가 되어야 민어라 일컫는다.
그 아래 급의 작은 놈은 감히 민어라 하지 못하고 소위 통치라 부르며 횟감으로 쓰지 않고 민어서더리탕이나 매운탕에 큼직하게 썰어 넣어 입맛을 돋우는 데에나 쓰인다.
부실한 식당이나 돈에 눈이 팔린 상인들은 가격이 싼 통치나 점성어등으로 민어회감이나 찜등을 만들어 팔지만 그래도 전통있는 횟집들은 손님들 눈속임을 하지 않는다.
내 입맛으론 민어 맛이 기찬 맛은 아니다.
그냥 그저 별 특별한 맛이 없다. 오돌오돌 씹히는 맛도 아니고, 고기 자체가 고소한 것도 아니고, 감칠맛도 안 난다.
그저 무덤덤한 맛에 가까우니 그저 그런 담백한 맛에는 속한다고 보아야할까?
마누라는 뭣 하러 그런 맛없는 회를 먹느냐며 남자들 참 이상하다고 말한다.
더구나 민어매운탕이나 서더리탕은 아예 외면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마누라가 깔짝거리며 푸대접하던 민어회가 남았을 때 식당에 부탁하여 그걸로 만든 민어전은 입에 살살 녹는다고 회를 친다.
그리고 민어대가리와 회 뜨고 남은 뼈로 만든 지리는 잘도 먹는다.
그러니 어디 마누라 입맛에 맞는 민어횟집을 찾기 쉬운가?
단골로 가는 민어횟집이 붐비지 않고, 주인이 나를 귀하게 알아 귀찮은 주문을 받아줄 때나 마누라 입맛에 맞출 수 있다.
요새 민어회를 먹는 제철이다.
민어 맛이 그 맛이고 무덤덤하게 느껴지지만 한창 더워지는 때에 그래도 씹는 민어맛이 좋다.
민어회는 깍두기만큼이나 큼직하고 두껍게 썰어 내 놔야 제대로 된 민어 맛이 나고, 도수 높은 소주에 어울리며 입맛을 살짝 돋운다.
그래서인지 민어는 순수한 일본식횟집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어종인 것 같다.
그리고 그래서인지 와사비나 일본간장에는 별 맛이 없고 투박스런 막장에 찍어 우물우물 씹어 삼켜야 제 맛이 난다.
대학친구 넷이 오랜만에 인천에 모였다.
인천 온 김에 민어로 대접했다.
캐나다 살고 있는 친구는 민어회가 처음이라는데 맛있게 잘도 먹는다.
육십 중반을 넘기니 머리칼도 희고 숱도 적은 게 영락없이 노인으로 넘어가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ㅋㅋ 인생이 그런 거지 뭐!
옛날이야기에 앞으로 살 이야기에 소주잔이 자주 빈다.
자주 만나야 할 두 친구가 오지 않아 그 놈들을 별도의 안주로 씹으며 소주잔을 비우니 민어회가 동났다.
*천정에 붙은 장식의 일본냄새가 별로다
*민어 부레는 싱싱함과 크기로 민어맛의 척도가 된다.그리고 갯무랭이가 꼭 좋아야...
*에구야! 접시에도 왜색이 있구먼! 투박한 질그릇으로 바꾸면 좋겠구만
*암놈 알이 큰 요샌 아무래도 숫놈 민어가 좋겠지. 숫놈 갯무랭이 맛이 좋을 때 아닌가?
인천 신포동에 자주 다니는 민어횟집이 네 군데 있다.
내 기준대로 판단하면.....
신포횟집:
작은 가게로 할머니급 아주머니가 그럭저럭 운영하는 선술집기분이 나는 곳이다.
도대체 식당을 꾸밀 줄 모르니 시큼털털한 맛이 나는 곳이다.
옆에 사람 떠드는 거 신경 쓰는 사람은 안가는 게 좋다.
떠드는 걸 안주 삼아 한 잔 술에 같이 떠들면 좀 싼 가격에 민어 맛을 볼 수 있기에 자주 가던 곳이다.
민어젖국을 제대로 하는 집이다.
결벽증 있는 사람들은 좀 거시기하다.
경남횟집:
역사와 전통이 있어 제일 많이 다녔던 한국적인 횟집이다.
예전에 주인 할머니가 그야말로 민어회를 깍두기같이 큼직하고 투박하게 썰어 팔았다.
지금은 아들 내외가 직접 회를 뜨며 운영하는 곳이다.
화선횟집:
예전에 친구 친척이 운영하던 곳이라 많이 찾던 곳이다.
규모는 경남횟집 비슷하지만 횟집 색깔은 좀 차이가 났던 곳이다.
일식스타일이 좀 풍긴다고 봐야하나?
주인이 직접 회를 뜬다.
다래횟집:
제일 나중에 생긴 횟집으로 주방이나 객석이 깨끗하고 화장실도 양호하다.
4년 전 쯤 개업했는데 그런대로 자릴 잡아가는 중이다.
전문 주방장이 회를 뜨고 요리를 하는 곳이다.
요즘 자주 가면서 내가 잔소리 꽤나 하는 곳이다.
민어 맛이 별 건가?
모든 식당 밥맛이 그렇듯이 특별한 요리를 빼 놓고는 집에서 마누라가 해주는 밥맛에 비할 수 있겠는가?
최고의 음식 맛은 정성으로 만들어진다.
식당 고객을 집안 식구처럼 귀하게 여기고 내가 먹는 음식처럼 정성을 들이면 맛집이 된다.
얄팍하게 그리고 부정직하게 돈 벌려고 하면 맛은 오래가지 못하고 손님은 결국 외면한다.
내 다니는 민어횟집이 모두 한결같아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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