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7. 21:07ㆍ농사
작년에 씨마늘을 400여 개 심었었다.
모처럼 농협부산물퇴비를 충분하게 주고 심은지라 올해는 모양 좋은 육쪽마늘을 얻을 거라는 욕심을 가졌었다.
올해 이른 봄에 보온비닐을 벗긴 후 내린 비로 싱싱하게 올라온 새싹은 마늘풍년을 보증하는 듯했다.
봄가뭄이 계속될 때는 보통은 연못물 끌어대기에 매우 인색하였음에도 세 차려나 배수펌프로 마늘밭고랑에 물이 고일 정도로 충분하게 관수를 하였다.
오월중순을 넘긴 후 텃밭을 비운 기간이 좀 늘어나고 게으름이 발동되면서 다른 밭과 마찬가지로 잡초들이 작물들을 못 살게 횡포를 부리는 걸 두어 차례 내버려 두었었다.
그리고 마늘종도 거두지 않고 놔두었기에 마늘종에 마늘주아가 달리고, 왕바랭이풀이 여기저기 솟아오르고, 마늘잎이 장마로 삭을 때를 지나고서야 뒤늦게 작은 삼발괭이를 동원하여 마늘을 캤다.
며칠 전에 내린 비의 많았던지 마늘밭의 흙이 포슬포슬하여 일부는 뽑히기도 했지만 대부분 삼발이로 콕 찍어 들쳐야 했다.
지난번에 잡초를 대강 손봐서 마늘대가 잘 보이기에 신나게 콕찍어들추고를 반복하며 마늘을 거두었는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거둔 마늘을 대강 세어보니 280여 개다.
사백여 개의 씨마늘에서 1할이 발아되지 않거나 발아되고 나서 죽었다 해도 350여 개는 되어야 하는데.....!
참! 텃밭주인이 텃밭에서 지내는 동안 수시로 뽑아먹은 마늘이 20여 개나 된다 해도 330개는 되어야 말이 되는데.....!
어째 50여 알이나 모자랄까?
마늘도둑이 밭에 들어왔을 리가 없고, 마늘 캐 먹는 야생동물이 있단 소리도 들은 적이 없는데?
그렇다면 텃밭의 흙이 마늘을 잡수셨나?
마늘밭에 들깨가 여기저기 자라는 데다가 바로 옆 감자밭에 들깨들이 아직도 많이 자라 들깨모종 200여 개는 캐낼 수가 있어 30여 모종을 거두어 마늘 캔 밭에 드문드문 간격을 넓게 잡아 이사를 시켰다.
그런데 들깨모종을 바로 세워 정식하느라 마늘밭을 깊게 호미로 캐는 과정에서 흙속에 숨어있는 마늘을 20여 개나 찾아냈다.
결국 마늘을 밭어 흙이 훔친 것, 아니 내가 밭흙이 도둑질하도록 방조를 한 꼴이다!
모자라는 30여 마늘알을 찾느라고 표시도 없는 곳을 파내며 찾을 수는 없는지라 헛웃음을 지며 흙 뭍은 장갑을 털며 작업을 끝냈다.
그래도 마늘밭이 들깨밭으로 번듯하게 바뀐 모양을 보고 오늘 참 알찬 농사일을 하였다고 생각하며 마늘을 물로 깨끗하게 닦아 그늘에 말렸다.
마늘농사 십 년 넘게 해도 프로와는 천지차이다.
상품이 겨우 50개, 중품이 200개, 하품과 파지로 농막에서 먹을 건 50개이다.
마늘농사는 생산성이 별로이다.
씨마늘 하나로 육쪽마늘 한 통을 얻는 6배 장사 아닌가?
프로가 못 되는 엉터리자연농사꾼의 계산으로는 도대체 수익이 안 나는 농사라 하겠다.
그래도 나는 씨마늘을 매년 400여 개 이상 텃밭에 뿌린다.
그리고 매년 일할 이상을 못 거두어도 텃밭육쪽마늘을 거둘 때는 즐거운 마음으로 흥겹게 캐낸다.
작지만 단단하고 적당히 매콤알싸 한 텃밭마늘을 고추장이나 된장을 찍어 상추쌈과 함께 입안에 넣고 우적우적 씹어먹는 맛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