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6. 16:38ㆍ농사
올해는 들깨를 많이 얻을 욕심으로 들깨모종밭을 3주 전에 만들어 파종하였다.
들깨씨앗을 흩여 뿌린 뒤에 상토를 충분히 덮어주었다.
그리고는 새들이 들깨씨앗을 쪼아 먹지 못하도록 노루망을 씌웠다.
텃밭을 보름동안 비운 뒤에 와서 보니 들깨모종밭이 완전 잡초에 덮여있다.
들여다보니 잡초 속에서 들깨모종들이 목을 빼고 살려달라 아우성이다.
일반적으로 들깨를 재배할 때는 한 뼘 넘는 들깨모종을 심으면 된다.
그러나 돌밭에서는 들깨밭이 풀투성이로 덮여있기에 그렇게 작은 모종을 심으면 들깨모종이 뿌리를 밭흑 속에 충분히 내리지 못하기에 바로 고사한다.
그러기에 호미로 깊게 긁어서 파낸 골에 한자 반 넘는 큰 키로 자란 튼실한 모종을 눕혀 흙을 덮고는 들깨모종 윗부분을 약간 세워주는 수고를 해주어야 된다.
프로들이 비닐멀칭한 밭에 들깨모종을 정식하는 방법과는 사뭇 다른 방법을 써야 하기에 시장서 파는 들깨모종을 사용하지 못하고 엄청 큰 모종을 만들어 원시적인 방법으로 정식을 하는 것이다.
나름대로 편하고 확실한 방법이긴 하지만 프로들의 눈에는 한심스럽고도 우스꽝스러운 이상한 들깨모종 정식이라고 하겠다.
게다가 들깨모종의 간격은 두세 자 이상으로 텃밭농사를 좀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리를 갸우뚱하고 이상스럽다거나 미친 짓이라고 생각한다.
들깨밭은 아예 경운기나 관리기가 출입을 할 수없고, 설사 출입을 한다 해도 돌이 많아 로터리날이 여차하면 망가지기에 동네농부에게 경운을 부탁해도 외면을 한다.
어차피 자연 그대로의 환경하에 농사를 짓겠다는 자연농법신봉자인 텃밭주인이니 남 보기에 이상스럽다해서 그만둘 일이 아닌지라 밭 만드는 방법, 거름 주는 방법, 파종시기, 김매기 방법 등 모는 것이 제 맘대로이다.
주로 한자 반 넘는 들깨모종을 흙이 파지는 대로 눕혀서 심기도 하고, 비 내린 후 또는 정식하고 비가 내릴 경우 들깨모종의 뿌리가 좋고 흙이 실하게 붙어있는 때에는 정식 후에 들깨모종이 구부러지지 않고 튼튼하게 서있게 되므로 들깨모종을 깊게 심고 바로 세운다.
두세 자 간격으로 정식한 들깨가 힘을 받고 자랄 즈음 잡초가 지장을 줄 때에는 예초기를 가동하여 폭넓은 공간을 이용하며 편하게 잡초들의 성장점을 자르며 제초를 한다.
그래서 들깨밭은 맨흙이 드러남이 없이 언제나 풀밭인 상태에서 들깨들이 성장한다.
들깨는 연작피해가 없는 작물이고, 적당한 거름기가 유지되면 별다른 병이 없이 만족스러운 작황을 제공하니 나같이 자연농법을 선호하는 게으른 농부와 궁합이 잘 맞는다.
어제, 그제 비가 많이 내려 농막에서 만 지내려니 답답했는데, 잠깐잠깐 비가 그친 시간을 이용하여 들깨모종 100여 개를 정식하였다.
감자밭에 절로 자란 들깨들을 정식용 모종으로 솎아내어 미리 삽으로 파낸 구덩이에 던져놓고 호미로 흙을 덮어가며 심으니 비 내린 후의 농사일이 마냥 쉽고 즐겁다.
비가 흠뻑 내린 후의 이번 주에는 흐린 날이 많으니 감자밭에서 공짜로 얻는 들깨모종 200여 개를 큰 어려움 없이 쉽사리 정식할 것 같다.
텃밭의 들깨는 프로들이 만드는 들깨알 보다 훨씬 작게 알이 여문다.
밭의 잡초검불과 들깨를 털고 난 뒤의 마른 잎과 줄기, 그리고 들깨를 턴 후에 남는 들깨꼬투리 등의 부산물이 태워짐이 없이 그대로 들깨밭으로 돌아가 흙속으로 돌아가기에 별도로 비중 있는 거름을 주지 않아서 들깨알이 작게 열리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거름을 많이 주어 들깨알을 키우고 싶지도 않다.
그냥 돌밭의 들깨가 주는 대로 얻어먹으면 되니 말이다.
돌밭의 들깨는 돌들깨이니 기름을 실하게 얻을 수 있고, 살짝 거피를 하여 만드는 들깻가루는 뽀얗지 않은 게 흠이지만 고소하고 구수함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오늘은 모처럼 새벽부터 일을 하였다.
며칠 동안 미루던 마늘수확을 마늘대가 사라지기 전에 캐어야 하는데, 장맛비 핑계로 미루고, 여기저기 크게 자란 잡초들 토벌하느라고 미뤘다.
지금이 바랭이, 왕바랭이, 깨풀 등이 마늘밭을 완전히 덮기 전에 장맛비로 포슬포슬해진 밭흙에서 마늘을 쑥쑥 뽑기 쉬운 상태인데, 또 지나치면 고생을 덤으로 하기도 하고 마늘대가 사라지는 것들이 많아 마늘 또한 도망가 버리기에 눈 뜨자마자 마늘밭으로 출동한 것이다.
작년에 땅콩을 심었던 밭에 마늘을 심었고, 올해는 그 마늘을 수확한 뒤에 들깨모종을 정식하였다.
마늘을 캔 후의 밭흙이 워낙 부드럽고 습기를 충분하게 담고 있기에 한자 반 크기의 들깨모종을 깊게 바로 세워서 심었다.
말이 모종정식이지 큰 들깨를 이사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큰 들깨모종 삼십여 개를 널찍하게 이사시키니 맘에 드는 들깨밭이 힘들이지 않고 바로 만들어진 것이다.
마늘과 들깨는 궁합이 맞아 들깨를 거둔 밭에 마늘을 심으면 마늘의 연작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알고 있다.
해가 뜬 한나절에도 이사한 들깨모종이 기특하게도 꼿꼿하게 서서 버티는 걸 보며 단위포기당 들깨알수확이 대박 날 것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