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 내린다기에

2023. 5. 11. 11:06농사

어제 일기예보로 최저기온이 영상 3도였다.
옆에 프로는 걱정이 태산이다.
작년에 내말 듣지 않고 4월말 경 일찍 정식한 고추모종 오백여개를 망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1,500여 고추모종을 또 일주일 전에 이른 정식하고는 예보를 보고는 안절부절못한다.
 
아무리 지구온난화라지만 금수강산의 절기를 뜯어고칠 정도로 봄철이 무조건 이르게 오며 서리 또한 그에 따라 조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텃밭정원이랍시고 이십여 년을 들락거리며 경칩청명곡우소만망종 등의 절기를 자나면서 농사일을 겪어가며 이곳에서 텃밭생활을 즐겨온 바로는, 몸으로 얻은 절기변화와 느낌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토마토와 오이는 망에 올리고, 참외와 호박은 그냥 바닥에

 
이곳에서 어린이날 즈음에 서리가 내리는 걸 여러 번 겪었다.
농사에 게으름이 이따금 득이 될 경우도 많다고 생각하여 프로처럼 서두르지 않는 습성이 배어있다.
요즘은 대부분의 작물을 모종내어 기르기에 시장에 경쟁적으로 각종 모종들이 출하되면서 가격변동도 일으킨다.
프로들이야 재빠른 작물출하로 큰 이득을 얻을 수도 있으니 이른 파종과 정식에 모험을 걸기도 한다지만, 한량 같은 아마들이야 뭐 그리 급하게 굴 일이 없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경험으로 쌓은 지식으로 절기에 맞추어 움직여가며 농사를 하였으니 엉터리농군은 다소 늦더라도 느긋하게 놀 일이다.

작두콩은 자칫하면 망치니 자주 돌본다

 
오늘 새벽에 깨어 일기를 보니 영상 1도이다.
나가볼까하다가 히타 온도를 더 높이고는 두 시간을 더 잤다.
나가보니 해가 떠서 햇살이 눈부시다.
예보보다 1~2도 정도 아래로 잠깐 떨어졌는지 모르겠으나 서리가 내리지는 않은 것 같다.
어제 해질 무렵 허접하게 비닐로 둘러쳐주었던 작두콩, 토마토, 토종오이, 참외, 호박, 가지 등 추위에 약한 녀석들이 모두 이상이 없다.
그리고 비 잠시 그친 틈을 타서 정식한 모종들이 며칠 지나 뿌리를 내린 것 같은 모양으로 싱싱하게 서있다.
옆의 프로도 걱정을 털어버리고 맘이 가벼워 졌으리라!
(`22.5.8)

 

'농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텃밭일기  (0) 2023.05.29
땅콩이 왜 이래  (0) 2023.05.29
단비내리는 텃밭일기  (0) 2023.05.10
봄날 텃밭일기  (0) 2023.04.22
돌밭도 봄이다  (0) 2023.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