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22. 16:53ㆍ농사
1. 지난해 심은 양파모종의 뿌리가 활착되지 못하여 초봄에 보온비닐을 벗겨낸 후에 보니 200여 모종 중 열두어 개가 겨우 살았다.
같은 때에 심은 마늘은 모두 발아되어 싱싱하게 크고 있는데 양파밭은 온통 냉이밭으로 변해버렸다.
냉이가 자란 모습을 바라보니 실소를 금할 수 없을 정도다.
일찌감치 냉이를 거두었으면 몇 광주리를 거두었을 덴데 참 아쉽다!
비가 오후부터 내린다기에 우거진 냉이를 긁어내고는 씨감자를 심을 준비를 하였다.
쪼그리고 냉이를 캐내기가 어려워 궁디의자를 깔고 날선 호미로 긁어내며 씨감자를 모실 자리를 만들어 갔다.
씨감자 40여 개 심을 요량이라 순식간에 밭을 만들었다.
씨감자 심고 나서 걷어낸 냉이 줄기와 뿌리를 덮어주면 훌륭한 멀칭이 되지 않을까한다.
풀매기 후 때맞추어 비 내리니 오늘 하루가 느슨해지는 기분이다.
텃밭의 꽃들이 비 내리며 추운 탓인지 활짝 피운 뒤 꽃잎들을 움츠린다.
2, 오늘이 곡우인데 일기예보는 오후부터 비가 좀 내린다했다.
곡우는 봄 시작함을 알리는 절기이고, 곡우에 비가 안 내리면 그 해의 농사가 한심하다고 했던가?
엊그제 비가 이틀간 내렸고, 오늘도 오후에 내린다니 올 농사는 아주 좋은 결과를 얻으려나보다.
텃밭에서 열흘을 지내는 동안 농땡이도 쳤지만 일도 꽤 많이 했다
몸이 축날 정도는 아니고, 그렇다고 늘어지게 놀은 것도 아니니 건강관리차원으로는 알맞게 지낸 것이라고 하겠다.
감자와 마찬가지로 땅콩은 식구들 먹는 양에 알맞은 정도로 파종을 하였다.
올해는 일찍 날이 더워져서 그런지 밭은 온통 냉이, 꽃다지, 쑥, 광대나물, 큰 개불알꽃 등으로 뒤덮여있기에 예초기로 대강 잡초줄기와 뿌리를 살짝 잘라내고 날선 호미로 흙을 쓱쓱 긁으면서 파서 씨앗을 떨구었다.
파낸 흙을 덮으며 약간 북을 주는 모양으로 만든 뒤에 베어낸 잡초잔해와 검불로 가볍게 멀칭을 해 주었다.
기계경운을 하지 않으니 파종한 후의 밭의 모양이 우습지만 때가 되면 싹이 나고 날이 지나면 자라면서 거름을 먹은 만큼 거두게 된다.
딱히 많은 양을 힘들여 얻는 농사가 아니기에 일하는 게 우습고 한심하기도 하지만, 내 나이와 형편에 맞추어 하는 농사이기에 잘되거나 안 되거나 따지지 않고 언제나 만족하며 거둔다.
일을 마치고나니 때맞추어 이슬비가 내렸다.
이른 봄이라 작물을 거둔 게 없어도 텃밭에 널려있는 쑥, 취나물, 곰취, 참나물, 머위 잎, 산 부추, 개망초 어린잎 등을 마트장바구니 네 개에 가득 채웠다.
아내가 힘들다고 하면서도 웃으며 다듬는 귀중한 먹거리들이다.
3. 텃밭정원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