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 28. 20:46ㆍ삶의 잡동사니
텃밭에 가서 땀을 흘리지 않으며 한 달여를 지내다보니 몸이 근질거린다.
뭐 땀 좀 흘릴 것이 없나 궁리를 하다가 창고 방에 넣어둔 고추장재료를 찾아서 꺼내본다.
고추장이 다 떨어져간다는 아내의 말을 들은 지 보름 만에 고추장 만들기를 하는 것이다.
시중에서 파는 고추장은 말이 고추장이지 고춧가루범벅이고 제대로 발효된 고추장이 아주 드물다.
고추장을 담은 용기에 부착된 인쇄물을 들여다보아도 잘 보이지 않는 색과 크기의 글씨로 되어있고, 자세히 읽어보면 고추장의 재료에 메줏가루가 없기도 하고 섞여 있어도 그 양이 아주 미미할 정도이다.
그러니 발효재료인 메줏가루가 제대로 섞인 고추장이 아니고 곡물가루와 섞은 고춧가루범벅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어쩌다 아주 비싸게 팔고 있는 진짜 고추장인가 하는 것이 눈에 띄어도 메줏가루의 함량이 3% 정도나 될까?
그 고추장의 재료인 쌀, 보리, 고춧가루, 엿기름 등에 도대체 믿음이 가지를 않는다.
시판 고추장은 거의 엿기름으로 만든 조청을 사용하지 않고 설탕, 공장제조 조청(물엿), 올리고당 등을 진짜조청 대용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밀폐용기에 담아 팔고 있는 고추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추장에 색소, 방부제, 조미료 등을 섞어놓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마음 놓고 시판 고추장을 사먹기가 꺼려지고, 아주 믿을 만한 고추장이라고 판단되는 것은 너무도 값이 비싸서 선뜻 집어 들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우리 집은 예전부터 식구들 입맛에 맞는 고추장을 직접 담가서 먹었고, 텃밭을 시작한 이후에는 텃밭주인이 고추장제조담당으로 아내의 특명을 받아 이삼 년에 한 번씩 고추장 담그기를 해 오고 있다.
고추장 만드는 재료와 방법은 지방마다, 집안마다, 담그는 이마다 다르고 취향에 다라 제각각이다.
그렇지만 엿기름으로 조청 전 단계의 감주를 만들고 쌀, 찹쌀, 보리쌀, 밀 등의 곡물재료와 메줏가루, 고춧가루, 소금을 알맞게 섞어서 부패를 막으면서 발효를 시키는 방법이 재래고추장 만들기의 기본이다.
만드는 이의 취향에 따라 꿀, 매실청, (내린)소주, 젓갈, 간장, 향료 등을 섞어 만들기도 한다.
틈틈이 만들거나 사서 준비해 놓은 것은 고춧가루 3키로, 엿기름 1.5키로, 메줏가루 1.5키로, 찹쌀가루 2키로, 볶은 소금 3키로, 황매실청 등이다.
먼저 엿기름을 세 시간 정도 17리터 물에 담가 놓았다가 치대고 걸러낸 후에 맑은 물만 따라서 들통에 담은 후에 찹쌀가루를 넣어 골고루 섞고 불 위에 놓고 끓였다.
뜨거운 상태로 넘치지 않게 끓이면서 들통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네 시간 넘게 계속 저어주니 오른팔 왼팔이 뻐근하다.
찹쌀물의 색깔이 갈색으로 변해가고 맛이 감주와 같이 달착지근해지면서 11리터 정도의 양으로 줄어들자 끓이며 휘젓기를 중단하였다.
계속 다리면 조청이 되고 더 달이면 엿이 될 것이다.
들통의 찹쌀감주를 다라에 옮겨 담고 미지근할 정도로 까지 식힌 후에 메줏가루를
넣고 찹쌀메주가루 풀떼기를 만들며 골고루 휘젓기를 한 후에, 볶은 소금과 고춧가루를 또 투하하여 휘저으니 팔이 뻐근해지고 허리까지 불편하다.
아내가 황매실청 1.5리터를 가져와 붓고 주걱을 빼앗아 폼을 잡고 이십여 분간 땀내면서 휘젓기를 하더니 이내 주걱을 범벅에 꽂아놓고 의자에 기대며 내게 눈짓을 한다.
손가락으로 빛깔 좋은 범벅을 찍어서 맛을 보니 메주냄새가 딱 좋은 맛있는 고추장인데 좀 싱겁다.
처음에는 무조건 짤 정도로 범벅을 만든 후에 시간을 두고 골고루 휘젓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맛을 보아가며 소금을 추가로 섞어주어야 제대로 간을 맞출 수가 있다.
아침 아홉시에 시작하여 열두 시간여를 작업을 한 후에 항아리에 넣고 위에 소금을 뿌리면서 마무리를 하였다.
항아리에 넣은 것은 발효를 더 시켜 풍부한 맛을 더하면서 먹을 것이고, 유리용기에 넣은 것들은 바로 먹을 것으로 우리 집과 두 아들 집에 나누어 줄 것이다.
고추장 담그느라 아마도 한 수저 분량의 고추장이 맛보기로 내 입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런대도 갈증이 없는 것은 내가 제대로 만들어 맛이 있어서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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