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23. 14:35ㆍ농사
텃밭에 매실나무가 이십여 그루가 넘는다.
나무젓가락 굵기의 어린 녀석들을 심은 지 14년이 지났으니 나이는 꽤 들은 편이다.
심은 후로 조개탄 같이 생긴 돌 비료를 두세 개씩 주변에 박아준 것 이외에는 거름을 준 적이 없는 데도 큰 녀석은 세 길 정도 크게 자랐으니 신통하기도 하다.
그렇긴 하지만, 당초 50여 그루 심은 것 중 50% 넘는 녀석들이 잡초에 휘감겨서 죽었으니 텃밭주인의 잘못이 크다.
작년에 몇 해 만에 매실을 따려고 했지만 벌레 먹고, 너무 높은 데에 달려 따지를 못하고, 수확시기를 놓치고 하여 수확량이 형편없었다.
올 초봄에 내 키를 넘는 위쪽을 무지막지하게 잘라내고 가지의 숫자를 과감하게 줄여 햇빛을 잘 보게 하고 바람이 잘 통하게 만들었다.
전정지식이 없이 어설프게 한 작업이라 걱정을 많이 했지만 꽃을 피운 매실나무가 그런대로 어울리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지금의 꽃 피운 상태로 봐서는 알 좋은 익은 매실을 만족하게 딸 수 있으리라는 섣부른 기대를 하여본다.
매실나무는 매년 곧고 한 길이 넘는 새 가지를 하늘로 쭉쭉 뻗어낸다.
무식한 텃밭주인은 어떤 가지에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는 지도 모르고 작년에 자란 한 길 반이 넘는 새 가지를 싹둑싹둑 잘라내고서도 향 좋은 황매실을 잔뜩 얻기를 바라니 참 우습다.
방치된 나뭇가지와 잡초더미를 걷어내고 매실 밭을 고르는 작업을 하는 것도 귀찮고 힘든 중노동이다.
그래도 남 보기가 창피하고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한심하여 한 이틀 일 하면서 전정한 가지와 잡초더미를 걷어내어야겠다.
그리고 매실나무가 기운을 차리도록 올 부터는 거름도 알맞게 주어 매실 녀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없애야겠다.
텃밭의 매실은 아무런 약도 뿌리지도 않고도 익은 열매를 딸 수 있어 텃밭주인의 마음에 딱 든다.
올해는 매실에게 눈길을 많이 주고, 큰 항아리에 잘 익어 때깔 좋은 매실을 듬뿍 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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