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전철승차권

2015. 8. 12. 15:43마음, 그리고 생각

 지난해에 무료전철승차권을 받고나서 고맙거나 좋은 것 보다는 왠지 씁쓰레한 기분이 앞섰었다.

인생살이하며 소득을 올리는 봉급생활을 오랜 세월 했기에 국가에 세금을 많이 냈으니 나이 들어 그 정도는 당연히 혜택을 받아야 한다거나, 세금을 많이 내지 않았어도 내 인생 산 것이 국가를 위한 것이지 라는 논리가 성립되니 누구나 당연히 노년에 대중교통 정도는 공짜로 이용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살다보니 벌써 만 육십오 세를 지나 노인 소리를 듣는구나하는 생각에 거울 쳐다보고 “허! 나도 확실히 노인이구나!” 말하면서 내 나이를 인정하며 흰색으로 변해가는 내 머리칼 색깔을 바라보면서 다시금 씁쓸하게 웃어본다.

 

 공짜표를 받고나서 그 표를 사용해 볼 일이 없다가, 서울시청역에 가느라고 하루는 공짜표를 써 보았다.

전철 칸에서 주위를 살펴보니 웬 노인이 그리 많이 타고 있는지 참!

남이 볼 때에 나도 그 노인에 속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자꾸 창에 비치는 내 얼굴을 자꾸 바라보게 된다.

 경로석을 바라보니 대부분 진짜 노인들이 앉아있다.

자리가 빈틈을 타 재빨리 앉아볼까 하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나보다 더 확실한 노인들의 앉고 싶은 절실한 눈빛이 내 몸의 움직임을 쏘아보는 것 같아 도저히 내 궁둥이를 의자에 붙일 수가 없었다.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본다.

전철을 탄 손님들의 반은 안 돼도 아마도 4할쯤은 노인들인 듯하다.

요일과 시간대에 따라서 공짜표 갖고 타는 노인들의 숫자가 다르겠지만 남의 말을 들어보면 언제나 그 노인들의 숫자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령인구가 늘어서도 그렇고, 노인들이 집이나 노인정에서 시간 때우기 하는 것이 싫어서 냉난방이 잘되는 전철을 이용하여 여기저기 볼 일을 찾아다니고, 심지어는 하릴없이 왔다갔다 반복하는 이들이 많이 늘었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러한 노인들의 범주에 나도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더욱 씁쓸해진다.

단돈 일만 원으로 춘천에 가서 닭갈비를 먹고 오거나, 온양에 가서 온천욕을 즐기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과연 지혜로운 선택인지 아닌지도 헷갈린다.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디까지나 나 자신의 주관적 가치에 따라 최소한 전철 타고 별 볼일 없이 왔다갔다 반복하는 인생살이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아직도 어느 정도 세월이 흘러야겠지만 아마도 나이 칠십 즈음에는 판가름이 나지 않을까한다.

칠십이 넘어도 나름 바쁘고, 보람 있고, 즐거운 일을 하면서 주위에 폐를 끼치지 않는 건강한 삶을 살아야 떳떳하지 않을까 한다.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를 떠올리며 공짜전철표를 바라보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인생살이인지 한동안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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