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는 토종고추육묘장

2019. 3. 11. 13:41농사

 뭔가를 키운다는 것은 힘들기도 하지만 즐겁기도 하고, 어렵지만 성취하는 맛이 좋고, 귀찮지만 기쁘기도 하다.

귀하게 여기는 조그만 씨앗을 자연환경이 아닌 곳에서 억지로 싹을 트게 만들고 밖에다 심어도 될 만한 정도로 키운다는 것은 경제성하고는 거리가 먼 어찌 보면 쓸데없는 짓일 수도 있으나, 농사를 단순히 먹거리를 얻기 위하여 하는 경우나 돈벌이를 위하여 하는 경우가 아닌 주관적 가치로 선택하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삶의 한 요소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큰 가치를 부여하고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과정이 되기도 할 것이다.

 

 처음으로 토종고추 씨앗을 얻은 후 토종고추의 원칙적인 재배방식을 고수하여 알맞은 때에 밭에 직파하여 자연재배방법으로 키우려 했으나, 그러한 자연농법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하여 미리 토종고추모종을 확보하여 위험에 대비하는 수단으로 집에서 간단한 방법으로 육묘를 하는 중이다.

소독, 발아촉진, 적정온도유지를 위한 가열 등의 인위적인 면을 배제하고 남 보기에 한심스런 수준의 기구와 관리로 컵에다 씨앗을 심은 지 3주를 보냈다.

토종고추 4가지 모두가 싹트는 모습이 일정하지 않고 차이가 나지만, 발아를 하고 떡잎을 내밀고 힘찬 성장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등은 육묘초심자가 넋 빠지게 쳐다봐야 할 정도로 신기하다.

 

 씨앗 둘을 심은 컵에서 두 녀석이 나온 것은 한 녀석을 따로 꺼내 종이컵에 옮겨 심은 후 화분 위 빈 공간에 배치하고, 컵 포트를 담은 스티로폼상자를 햇빛이 조금이라도 더 잘 드는 창문 쪽으로 정렬시키니 베란다는 아예 작은 육묘장이 되었다.

토종고추모종 60여개가 베란다의 명당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양이 재미있고 우습고 멋있기도 하다.

지금같이 별 차질 없이 자라기만 한다면 풀밭에 직파하는 부담도 많이 줄을 테니 올 고추농사는 맘 편하게 지을 것 같다.

그러나 토종고추모종이 풀밭으로 나가려면 한 달반을 더 지내야 할 텐데 벌써부터 토종고추들의 교잡을 피하기 위한 종류별 밭을 널찍하게 떨어뜨려 만들 생각으로 머리가 바쁘니 밭에 가나 집에 오나 한동안 토종고추생각에 묻혀 살게 될 것 같다.

2019.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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