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8. 5. 01:21ㆍ농사
칠흑 같은 텃밭에서 혼자 잠을 자도 무서워 잠을 설치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어제는 몇 번을 자다가 깨었다.
농막에서 잘 때는 개울물소리를 들으며 자느라고 농막의 개울 쪽 창문을 열어놓고 자는데, 개울에 물이 불어나 흐르는 물소리가 크게 들려 잠에서 깬 것이 아니라 갑자기 쏟아지는 장대비 소리에 깬 것이다.
새벽에 일어날 때까지 네 차례나 잠에서 깨었다.
비가 쏟아지는데 엉터리농군이 텃밭에서 딱히 할일은 없지만 그래도 선호미 지팡이삼아 장화를 신고 텃밭을 어슬렁거려본다.
고추는 넘어진 녀석이 한 그루도 없고, 위와 아래의 밭도랑에 흐르는 물에 전혀 이상이 없다. 호박넝쿨도 잘 뻗고 있으며, 터널과 차광막에 붙어있는 수세미와 관상용호박들도 싱싱하게 줄기가 잘 뻗고 튼튼하게 고정이 되어있다.
눈에 거슬리는 것은 장마와 더불어 며칠사이에 한길만큼 자란 매실묘목을 둘러싼 잡초들이다. 그리고 농막 앞마당에 심은 쥐똥나무와 영산홍을 둘러싸고 신나게 자라는 바랭이들이다.
텃밭순시가 끝난 후 날 작은 낫으로 신나게 뽑고 베어 가는데 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우르르 쾅쾅하며 벼락이 치며 번갯불이 뒷산 쪽에 떨어진다.
몸을 잔뜩 웅크리고 농막에 들어가 땀과 빗물을 닦고 밖을 내어다보며 따끈한 커피를 마신다. 앞산이 보이질 않는다. 엄청 퍼붓는다.
비가 그치는 듯하여 다시 나가본다. 천둥번개후의 공기는 더욱 신선하고 상쾌하다. 더위도 앗아가니 그야말로 쾌적함을 맛본다.
다시 쏟아지는 비에 아예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편한 자세로 농막에 누어본다.
쾅쾅거리며 농막주변을 맴돌던 번개가 농막에 떨어졌나보다. 으악!!! 쾅! 짝! 땅이 깨지는 소리가 나며 잠시 정신이 없다.
내가 벼락을 맞았나?
농막의 전기가 나갔다. 누전차단기가 떨어진 것이다.
내 농막을 번개가 좋아하나보다. 작년에도 두 차례 벼락이 쳐서 전기가 나간 적이 있었고, 올해도 두 차례 벼락이 쳐서 전기가 나갔으니 말이다.
이상한 것은 친구의 농막(올해 새로 만들었다)은 내 농막보다 바로 위쪽으로 있는데 누전차단기가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농막에 전기를 들일 때에 접지공사를 제대로 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지난봄에는 물통의 물을 데우는 돼지꼬리온수기에 감전이 되었었는데 그때에도 누전차단기가 바로 떨어져 화를 면했었다. 그때 혼이 난후로는 돼지꼬리온수기를 절대로 사용하질 않는다.
*억수로 비를 맞는 해바라기
천둥번개와 함께 쏟아지는 비로 텃밭에서 육신이 늘어지게 마냥 게을러져본다.
엉터리농군은 이래저래 엉터리농사를 할 수 밖에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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