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텃밭풍경

2007. 10. 1. 00:45농사

 

 추석이 지나니 텃밭에도 서늘한 바람이 붑니다.

밤이면 농막이 추워지니 간이보일러를 켜서 텃밭일로 피곤한 몸을 따스하게 하여 늘어지는 즐거움을 맛보는 것이 좋아집니다.

텃밭 아래 외로이 농사하며 지내시던 할머니가 떠나고 나니 쓸쓸함을 느꼈는데, 텃밭 입구아래쪽에 올 여름에 번듯하고 큰 집이 생겨나 심심함을 면하고 있습니다.

텃밭 일을 쉴 때에는 이따금 그 집의 강아지 두 놈과 놀아주기도 합니다.

농막 차광막에 걸쳐있는 수세미와 조롱박이 익어가며 가을을 맞이합니다.

 

 빨간 고추를 몇 차례 따내고 나니 수확량이 많이 줄었습니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풀밭에서 인분주와 퇴비만으로 집에 먹을 만큼 거두고도 아직도 싱싱하니 그런대로 올해 고추농사는 대성공입니다. 익은 고추 몇 차례 더 따내고 서리 내리기 전에 풋고추와 고추 잎을 따서 풋고추절임과 나물을 만들 것입니다.

고추이랑에 함께 심은 들깨도 많이 자라 열매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마늘을 거두고 놀리던 밭에 무를 심었지요. 적당히 솎아내고 잘 기르면 김장용 무를 삼십 여개는 족히 얻을 듯 합니다.

 

 배추는 오십여 포기를 실하게 길러 아내에게 자랑 좀 하려 했는데 별로입니다. 포트 묘를 이식하지 않고 밭에 씨앗을 직파를 하고 솎아낸 것이 그 크기도 들쭉날쭉 이고 늦게 파종을 한 관계로 성장속도가 영 맘에 차지를 않네요. 그래도 얼음 얼기 전까지 정성을 쏟아볼까 합니다.

 

 쪽파는 아주 일품으로 자라고 있는 중입니다.

올해는 쪽파김치를 푸지게 담글 것 같습니다.

 


 감자 캐고 난 뒤에 밭을 뒤덮은 잡초를 삽으로 뒤집으며 경운을 했지만 장마 후에 난 바랭이들이 극성스러웠지요. 예초기로 신나게 자르고 난 뒤에 인분주를 푸짐하게 뿌려주었습니다. 영양제를 두어 번 더 뿌려준 뒤에 올해 재미를 보았던 마늘을 심으려합니다.

 

 연못에 심은 수련들이 몸살을 한차례 겪고 난 뒤에 잘 자라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연못 수면을 많이 덮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주천강에서 잡아 연못에 넣은 모래무지도 한 뼘이 넘게 자랐고, 토종붕어도 새끼를 쳐서 수련 주위를 돌아다닙니다.

 

 

 딸기는 번식이 활발하게 되어 내년에는 새콤달콤한 딸기를 몇 접시 딸 것 같습니다. 뿌리내린 새끼들을 열 댓 놈 캐어내서 옆쪽에 더 심었지요. 스물 댓 놈 더 캐어 딸기밭을 더 만들려고 합니다.

 

 욕심내어 서른여섯 주를 심어 고생한 방울토마토 밭입니다. 미련해서 몸만 고달팠지요.  취미농군이 노지에서 토마토 기르기가 어렵더군요. 몇 번 못 따먹고 시들어가고 있는 풍경이 한심스럽습니다.

내년에는 열 포기를 넘기지 않고 비가림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땅콩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잎이 더 누렇게 되고나면 신나게 고소한 땅콩을 거둘 것입니다. 작년보다 두 배나 더 심었으니 심심풀이로 땅콩을 오징어와 함께 많이 먹을 것 같아요.

 

 추석명절 핑계로 열흘 넘게 텃밭을 보지 못하다가 잡초에 묻힌 밭에 예초기를 들이대었지요. 풀 속에 숨어있던 맷돌호박, 단호박, 참외가 함박웃음 짓게 만들었지요.  

맛보기로 캔 고구마, 고구마줄기 한 봉지, 익은 고추 한 봉지, 풋고추 조금, 텃밭 옆 밤나무아래에서 얻은 토종밤 한 됫박.

오랜만에 낑낑대며 거둔 텃밭의 전리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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