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3. 20:26ㆍ나들이
서울에서 많은 나날을 보냈던 인생이 오랜 기간 직장생활 했던 주변을 새롭게 시간내어 돌아다닌다니 좀 이상하다.
예전에는 출퇴근하거나 점심저녁 식사하느라 그냥 스치고, 잠깐잠간 일보느라 지나다니면서도 허투로지나치고, 서울 갈일 별로 없어 오랫동안 무관심하게 지냈던 북촌 길을 계동 안집에서 저녁약속이 있는 김에 오후 시간을 제대로 보낼 겸해서 미리 집을 나와 무려 네 시간 동안이나 다리가 뻐근해지도록 여기저기 다녔다.
종각역에서부터 청진동 골목을 구경 다니다가 며칠 후의 점심약속예약을 생각해 두었던 식당에서 하고, 조계사와 목은 이색 영당 주변을 집안과 관련하여 생각해보며 거닐어보다가, 재건축을 하고 있는 공평동 옛 직장 주변을 둘러보았다.
* 조계사 뒷편 작은 공원에 있는 목은 이색 영당
* 조계사 마당 화분에 핀 연꽃
공평빌딩은 헐리고 그 터를 넓혀 크게 재건축 중이고, 한미은행빌딩은 면세점으로 바뀐 걸 보면서 이십여 년 가까이 그 세월이 흘렀음을 회상해 본다.
인사동은 여전히 중국인 관광객들로 길거리가 메워져있고, 길옆 가게나 골목길 가게는 국적불명의 골동품, 민속공예품, 잡동사니로 가득하다.
내 보기에 우리나라의 토속미가 풍기는 가치있는 관광상품은 좀 눈을 씻고 찾아야 된다.
하긴 경주, 부여, 제주도, 유명관광지나 큰사찰주변을 돌아봐도 마찬가지니 상혼이 가득한 인사동 길에서 한국산, 한국의 특산품, 한국의 미, 한국의 역사로 가득 채워진 영혼 있는 길거리에 젖어드는 걸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관광객들은 넘치고 장사는 잘 되는 데 그게 뭐 그리 중한가?
그냥 추억을 하면서 골목길 여기저기를 돌아보다 지치면 쉬어서 사람 구경 진열된 상품 구경하니 시간은 후딱 지나간다.
* 깔끔하게 정돈된 가게
* 멋진 간판
* 옛날에 밥 먹고, 술 마시고, 고하며 놀던 한정식집들이 아직도 있다
안국동 로타리에서 풍문여고 옆길이 새로 뚫리고 단장이 된걸 보니 발걸음은 절로 그리로 향한다.
돈 들이고 치장하니 깨끗하다. 그러나 고풍스런 맛하고는 거리가 좀 멀고 현대판 인위적인 냄새가 너무 풍긴다. 그래도 구질해서 지저분했던 옛길이 단장되니, 비 내리고 더위 물러나서인지 더욱 상큼함을 느낀다.
역시 북촌길인가? 분진과 매연에 젖은 서울의 혼탁함은 잠시 잊는다.
가회동 새 단장 길에서 새로 지어진 주변의 한옥 냄새나는 집들과 상점을 바라보며 지나다가 골목이 보이면 들어가 걷다가 막히면 다시 나오다하면서 땀을 닦으며 쉬다가 내 본적이 서울 종로구 계동 13번지임이 불현 듯 생각났다.
집안 어르신들이 살았던 자리를 아직도 한 번도 찾아보지 못한 건 수치스런 일인가 아닌가를 생각하다가 올레내비를 켜고 찾았다.
중앙고등학교에서 남산 쪽으로 조금 내려와 내비 목적지에 도착하여 건물주소 팻말을 살피니 계동13번지 팻말이 바로 보였다.
지금은 100여 평 쯤 되는 토지에 3층 짜리 다세대주택이 위치해있다.
세월은 흘러 지금은 내가 그 자리에 서서 얼굴도 모르는 어르신들의 이름을 호적과 족보에 의하여 떠올리고 마음속으로 되 뇌이면서 멍 때리는, 그리고 어찌보면 무심한 표정으로 번지팻말을 바라보았다.
* 계동교회에서 북쪽으로 본 길. 끝에 중앙고가 있다
계동 길은 현대빌딩 왼편에서 중앙고등학교에 이르는 길게 뻗은 길이 주도로이다. 그 오른쪽으로 창덕궁이 위치해있고, 왼쪽에 가회동과 삼청동 넘어 경복궁이 자리 잡고 있다.
북한산의 북악과 응봉을 잇는 산줄기의 남쪽 아랫면에 있어 풍수상 아주좋은 위치이며 주거환경 또한 좋다고 보겠다. 그래서인지 예로부터 권문세가들의 주거지로 선택받아왔었다.
한옥이 많이 보존되어 요즘은 국내외 관광객들의 볼거리 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볼품없는 세멘트 덩이를 담쟁이덩굴이 살려놨다
* 현대식 한옥?
* 한옥마을에 어울리는 치과의원(사진 클릭)
* 골목 길에서 바라본 남산
* 골목길 막다른 대문간을 능소화가 멋스럽게 장식하였다
* 좀 오래된...
* 앤티크하고 빈티지한 옷 팔아요(클릭!)
* 한옥마을 텃밭!
* 작은, 그러나 아담하고 예쁜 살림집 한옥. 착한이들이 사는 곳!
* 이젠 저런 한옥에서 살긴 글렀나?
* 축대를 이렇게 장식해놓고 자동차 한 대를 반듯하게 주차하였다!
네 시간에 걸친 돌아다님으로 약속시간에 쫓겨 삼청동쪽으로 가서 아기자기하고 작은 집들의 구성과 아담한 동네 거리를 돌아보지 못하고, 아쉽게도 북촌마을의 산보를 마무리하고 다시 또 찻소리 시끄럽고 공기 탁한 시내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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