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국
2008. 10. 15. 12:25ㆍ돌밭의 뜰
가을바람이 써늘하게 텃밭을 스치고 지나면서부터는 텃밭에서 기승을 부리던 잡초들은 슬슬 고개를 숙이기 마련이다.
작물을 심지 않은 밭은 쑥대밭으로 변한지라 세 차례나 예초기로 베어냈더니 쑥은 꽃을 피우지를 못하고 초봄에 새싹이 자라듯이 지금 한창 파랗게 잎이 자라났다.
아마 지금 쑥의 새 잎을 따서 떡을 해 먹어도 될 것 같다.
밭의 풀이 쑥이라 생각 없이 풀을 베어냈지만 쑥이 아닌 것은 나 여기 있소 하고 그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하나보다.
쑥과 같은 국화과에 속한 것이라 그런지 구별이 되지 않고 버림을 받았다가 찬바람이 불면서 피어난 예쁜 꽃을 보이고서야 텃밭주인으로부터 화초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 녀석이 두 놈이다.
하나는 산국이고, 다른 하나는 쑥부쟁이인지 구절초인지 텃밭주인이 눈이 어두워 구별을 못하는 놈이다.
멋진 꽃도 흔하면 가치가 떨어지고, 남의 땅에서 흔한 풀도 내 땅에 없는 것이라면 귀하게 여겨진다.
텃밭 연못에는 지금도 한창 노랑어리연이 수면을 모두 덮고 꽃을 피워대지만, 연못둘레는 꽃이 지고 난 붓꽃, 조선백합, 금낭화, 마가렛, 백리향, 꽃잔디 뿐이라 눈요기 감이 없다.
늦가을의 정취를 맛보게 할 좋은 녀석들을 텃밭에서 찾았으니 두 녀석을 연못으로 이사시켜야겠다.
내년에는 연못이 좀 더 운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