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27. 17:33ㆍ마음, 그리고 생각
살다보니 환갑지난지가 엊그제 같은데 육십 하고도 셋을 넘겼다.
우리나이로 예순 넷이고 해 넘기면 예순 다섯! ㅎ
얼굴에 주름지고 머리가 하야니 노인에 들어간 것이 맞을게다.
여직원들이 책상위에 올려준 꽃바구니를 바라보니 좋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예전 같으면 동네에서 완전 늙은이 대접을 받을 나이인데,
요즘은 지하철타고 앉아있는 애들 앞에 서서 피곤한 듯 인상을 써 봐도 눈길 한 번 주지도 않는 나이이다.
아직도 몸이 싱싱하고 눈이 밝아 안경을 쓰지 않고도 서류와 컴퓨터화면을 보는데 지장이 없지만 시력이 예전만 못하고,
키도 2센티미터는 줄어든걸 보니 아무리 체력관리를 잘 하고 도를 닦는다 해도 노화라는 신체적 현상을 피할 수 없는 가보다.ㅎㅎ
아직 직장에서 일하는 복을 누리지만,
예순 중반이 넘어 가면서의 은퇴 이후의 삶을 심도 있게 생각하고 계획을 세워 준비해야 되는 입장이다.
원래 돈복이 없어 부자로 살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사는 모양이 부자같이 살아온지라 결과적으로 마누라 고생만 잔뜩 시켰다.
그러나 내가 정말로 은퇴를 하고 나면 마누라 또한 고생을 마냥 계속할 처지도 못될 것이라
부부가 같이 오붓하게 살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어찌 보면 다행스럽게도 제천 촌 산동네에 텃밭을 마련해놓아 좀 마음이 놓이긴 하지만,
현상이 너무 초라해서 나이 더 들어 귀촌하여 지금 그대로 살기에는 형편이 좋지 않다.
은행 명퇴 후에 환갑 전까지 육년간을 텃밭에서 뒹굴며 놀았지만,
지금 나이에는 부부가 함께 컨테이너박스에서 히히거리며 지내기에는 좀 어려울 것 같다.
세 칸 누옥 정도는 지어놓고 안방 아랫목이 뜨끈뜨끈해야
텃밭 일하느라 힘든 허리를 지지고 잠이라도 편히 잘 것 아닌가!
나이 들어 생일축하화분을 바라보니 마냥 기쁘기보단
앞으로 살 일,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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