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12. 20:58ㆍ삶의 잡동사니
작년에 힘들게 만들었던 진짜태양초 가루가 3킬로그램이나 남았다.
아내는 내가 만든 고춧가루를 아꼈다고는 하지만 아마도 너무 매워서 맵지 않은 고춧가루를 사서 쓴 결과일 것이다.
올해도 고춧가루는 자급을 하고도 조금은 여유가 있을 듯하다.
김치냉장고에 보관되어있는 고춧가루를 방앗간에서 곱게 빻아왔다.
당초에 씨앗을 모두 빼고 가루로 만든 것이기에 고추장 담그면 좋을 듯싶다.
아내가 부산에 바람을 쐬러 갔다.
이 때다 싶어 미리 준비하였던 엿기름, 찹쌀가루, 보릿가루, 메주가루, 조청, 그리고 사연이 있는 해맑이뜰님이 만든 매실원액 등을 진열해 놓고 고추장 담그기에 돌입한다.
남자가 뭐 부엌에서 요상한 짓거리 한다고 하겠지만, 일단 부엌살림을 해보면 재미도 느낀다. 평소에 요리를 취미로 하는 나로서는 여러 가지 음식재료를 만지는데 전혀 머뭇거림이 없다. 고추장 담그는 방법은 오래전에 공부를 했기 때문에 곧바로 작전이 개시되었다.
엿기름 1 킬로그램을 5리터의 물에 세 시간 담가 손으로 싹싹 비벼 짜내고 고은 체로 걸러서 놔두었다가 맑은 윗물을 조심스레 따라내어 들통에 담아 가열하였다.
그리고 끓기 전에 찹쌀가루 1.2킬로그램, 보릿가루 0.5킬로그램을 넣어 주걱으로 잘 풀어가며 한 시간 넘게 저어가며 물의 양이 4리터쯤 되도록 졸였다. 맛을 보니 엿기름의 단 맛과 미숫가루 맛이 어울려 감주 비슷한 것이 그런대로 좋아 한 컵을 점심대용으로 먹었다.
따뜻해 질 때까지 식힌 다음에 메주가루 1 킬로그램, 고춧가루 3킬로그램을 차례로 넣어가며 범벅을 만들고 조청 1.2킬로그램, 매실원액 0.7킬로그램을 넣어 주걱으로 범벅을 곱고 고르게 만들었다. 미리 준비한 끓인 소금물 2리터를 적당히 부으며 휘저으니 좀 수월하다. 그래도 주부가 혼자 하기에는 꽤나 힘이 들 것이다(넓은 양푼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귀찮아서 들통에 그대로 범벅을 했다. 미련하게도)
주걱을 내려찍고 옆으로 휘젓고 땀을 한참 내고나니 범벅의 색깔이 빨갛게 되고 맛있어 보인다. 맛을 보니 칼칼한 매운맛과 단맛, 그리고 짠맛이 어울려 자꾸 간을 보게 된다. 맛이 짱이다. 한 스푼은 족히 먹었다. 주걱을 계속 휘저어 범벅이 고르게 된 후에 항아리에 담고 굵은소금을 위에 덮었다.
남는 것은 작은 용기에 담았다. 발효되기 전에 먹을 것이다.
고추장 담그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각 재료를 넣는 비율도 각자 제 나름이다.
한마디로 지방마다 다르고, 집안마다 다르고, 담그는 이의 마음대로 취향대로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재료로 만드는 것이고 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
처음 담그는 일이라 여러 가지의 고추장 담그는 방법 중에 남자 혼자 만들기 쉬운 방안을 선택하고 내 취향에 맞추어서 만들어 보았다. 남자라고 못할 일이 아니다. 재미도 있다. 여행에서 돌아온 마누라가 놀랄 일이다.
고추장 담근 비율을 대강 계산해보았다.
고춧가루 22%, 메주가루 7%, 찹쌀과 보릿가루 13%, 조청 9%, 매실발효액 5%, 물 엿기름 소금 44%로 13.6킬로그램의 고추장을 만들었다. 우리가족 일년 먹을 양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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