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나절을 보내며

2007. 12. 11. 20:49삶의 잡동사니

 

 모처럼 여행을 하려고 챙겨보니 여권의 유효기일이 며칠 안 남았다.

사진을 찍으려 거리에 나가 사진관을 찾으니 눈에 잘 띄지를 않는다.


 어둠이 깔리고 네온과 상점의 불빛이 휘황한 거리에 시끄러운 잡소리가 나의 고막을 기분 나쁘게 자극하고 있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출마한 인간들을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이름 석자를 그들의 머리 속에 꼭꼭 집어넣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확성기를 몇 개씩 달은 차량들이 곳곳에 포진하여 온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다 좋은데..... 제대로 된 대통령 감을 언제나 맞이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올바른 지도자를 만나기가 이리 어려운가?

정말로 흠 없고, 존경받는 대통령을 만나기가 불가능한 일인가?

정말로 훌륭한 국가원수를 우리가 만난다면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작지만 아주 강하고 좋은 나라가 되는 것이 아주 쉬운 일이 아닐까?

대한민국이 생기고 우리국민은 다행스럽지 못하게도 부패하거나, 독재적이거나, 무능한 인간들을 국가원수로 추대하여 거의 육십여 년을 지내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지금 여러 분야에서 세계에서 열댓 번째 안에 드는 일류국가의 대열에 끼어들고 있다.

훌륭한 국가지도자 없이 민초들이 애쓰며 만들어 온 우리나라다.

정말로, 아주 정말로 훌륭한 국가지도자를 만난다면 좋겠다.

모든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주변이 오염되지 않고 청렴하며, 정말로 세상을 넓게 바라보며 지혜로운 대통령을 만났으면 좋겠다.

대통령의 임기를 순조롭게 마치고 서울의 남대문시장을 경호원 없이 마음껏 가슴을 펴고 구경 다닐 수 있는,

서울의 종로거리를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며 구경하면서 친구들과 떠들면서 길거리를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부산의 광복동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지나고 자갈치시장에서 소주 한 잔에 회 한점을 맛나게 먹으며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그러한 인간을 정말로 우리나라의 대통령으로 맞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텃밭과 아파트만을 오가며 세상을 보지 않던 인간이 요즘의 번화한 동네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빠져본다.


 사진점이 건물 삼층에 있다. 그것의 이름은 “**포토샵"으로 되었다. 좀 우습다.

포토샵에 들어가니 그런대로 조명시설이 쓸 만하다.

동네 사진가게 치고는 제법 시설이 좋아 예전과 격세지감을 느낀다.

사진기사인 아줌마가 일곱 번을 찍는다.

디지털카메라 시대에 나타난 현상이다. 필름값이 안 들어가니 주인 마음대로 여러 번 찍는다. 참 좋은 세상이다.

내가 한 때 취미로 사진을 배우던 사진작가는 어쩌다 대통령 사진을 찍었다고 하였다.

한번의 홍보용으로 쓰여 질 대통령 얼굴을 찍는 데 대형 필름을 30 여장씩 사용을 하였다한다. 그리고 밤새워 현상하고 인화하고 손보며 “작품”을 만들었다한다. 사진찍을 때는 대통령을 마음대로 부렸다한다. 오른쪽으로...왼쪽으로... 위로... 아래로... 얼굴과 시선의 방향을 지정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나 쉽게 수십 번씩 얼굴을 찍히며 사진을 뽑을 수가 있으니 참 좋은 세상이다.


 벌써 12월의 중순으로 치닫는다.

텃밭에 자라나는 농작물이 없으니 텃밭농한기에 무얼 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도 일 꺼리다. 사람은 어쨌거나 매일 매일을 움직이며 살아야한다. 가만히 할 일 없이 놀기만 하면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몸과 머리가 바쁘게 돌아 갈 것을 찾느라 마음만 바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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