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17. 20:26ㆍ삶의 잡동사니
올해 초부터 오른쪽 어깨의 윗부분이 좀 아프다.
일상생활에 전혀 불편은 없으나 운동하느라고 철봉에 매달리는 경우 뻐근한 것을 느끼고, 잠 잘 때 어쩌다가 압박감에 깨기도 한다.
텃밭농사로 무리를 해서인지, 아니면 매일 텃밭노동을 하다가 두어 달 농땡이를 부리면 편히 지내서인지, 그 것도 아니면 나이 들어 노화현상이 나타나서인지 잘 모르겠으나 하여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동네에 새로 생긴 한의원에 가보았다.
사십 중반의 한의사인데, 이 녀석 대뜸 오십견의 초기증상이라며 간호보조원 시켜서 찜질과 저주파치료를 한 뒤에 어깨부위에 십여 개의 침을 주고는 느닷없이 부항을 뜬다. 그리고는 매일 침 맞으면 좋다하면서 아프지 않을 때까지 내원하란다.
며칠 다니다 도무지 믿음이 가질 않아서 시장에 있는 육십여 세 된 한의사한테 가 보았다. 이 친구도 마냥 마찬가지이다. 두 달 전에 허리를 삐끗해서 침을 삼일 맞아 상태가 아주 좋아 그런대로 침술실력을 인정하였었는데 이 친구도 먼저 녀석이나 다를 바 없이 침을 놓고 나을 때까지 매일 오란다. 게다가 한의원 가시나가 어깨에 바늘로 쿡쿡 찌르고 부항을 뜨는 것이 기분 나쁘게 아파 신경질이 날 정도다.
이 번에는 양방이다.
정형외과 전문의가 통증클리닉을 열어 어깨 아픈 걸 한 방에 날린다고 선전하는 걸 보고 들어가 보았다.
이 놈은 찜질을 하고 난 뒤에 대뜸 어깨와 목덜미 여기저기에 주사기로 뭔지 모를 약물을 집어넣고는 또 무슨 전자침인가를 놓는데 빠근한 것이 아주 기분이 나쁘다. 그나마 이 놈은 매일 오라 하질 않아 다행이다 싶어 세 번을 가보았다. 나중에 약물주사가 무어냐고 물으니 근육강화제로 스테로이드제재는 아니라한다(?)
어쨌든 이 놈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
오늘은 오래전부터 일년에 한 번쯤 뜸하게 어쩌다 다녔던 한의원에 다시 가보았다. 이 친구는 한의학박사로 꽤나 실력이 있지만 돈 때가 좀 묻었다. 이 친구는 돈 좀 벌고 나서는 직접 진맥을 잘 안하고 기계로 진찰을 한다.(요즘 진맥 제대로 하는 한의사 찾기는 별 따는 것같이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출력된 그래프결과를 보여주면서 은근히 몸을 보할 보약을 권한다. 이 번에는 딱 잘라서 밥 잘 먹고 어깨 말고는 불편한데 없으니 보약은 나중으로 미루겠다고 하였다. 이 친구가 하는 한의원의 규모가 좀 커서 따로 침쟁이를 두고 있다. 그리고 그 침쟁이가 꽤나 실력이 있어서 모 구단의 공식한의원으로 활동도 하고 있다.
오늘 침쟁이의 시술은 오른쪽 어깨가 아닌 왼발의 새끼발가락 쪽에 두 방, 왼쪽 무릎 아래쪽에 한 방, 왼손 새끼손가락 쪽에 두 방으로 끝냈다. 아주 경쾌한 손놀림으로 침을 꽂았고, 바로 어깨와 목이 편하지 않으냐고 묻는 태도가 본인의 침술에 아주 자신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나이 들어 몸의 부속들이 슬슬 녹이 슬어가는 건 누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치료를 잘 하여도 오장육부의 각 부속들이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신품부속과 같이 씽씽하게 잘 돌아갈 리가 없을 것이다.
한편 생각해보면 생활에 별 불편도 없는데 운동할 때 통증 좀 있다고 호들갑떨며 여기저기 의원들을 찾아다닌 것이 잘못된 일인 듯싶다.
그러나 모처럼 맘에 드는 침쟁이를 만났으니 어깨가 좀 더 편해지도록 몇 번 더 침을 맞으려한다.
그리고는 텃밭에서의 적절한 노동운동으로 몸을 다스리려고 한다.
텃밭이 만병통치약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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