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을 낼 뻔한 한심한 취미농군

2008. 4. 11. 13:24삶의 잡동사니

 

 비닐하우스 비닐 씌우기를 하다가 고개와 어깨도 풀어줄 겸 농막에 들어가 호사스럽게 녹차를 우려내 마신다.

지나간 4년차의 텃밭에서의 즐김과 고생을 생각하며 은은한 다향의 스침을 코끝에 느껴본다.

 차 마시기가 끝나자 잠시 농막 뒤쪽에 소변을 보러가다가 앵두나무 위쪽의 호박구덩이 위에 마른 잡초가 무성한 것을 바라본다.

저 잡풀 태우면 좋겠구먼!

바람도 없으니 걱정할 게 없다고 생각하며 쇠갈퀴로 긁어모아 불을 붙였다.

내려쬐는 햇볕에 불이 잘 붙어 잡초더미를 이내 재로 바꾼다.

비닐작업으로 인한 피로를 잊고 불구경을 하면서 마른풀에 붙은 불을 조심하여 제어하고 있는데 갑자기 바람이 분다.

으악! 

불꽃이 개울 옆에 촘촘하게 서있는 갈대숲으로 슬금슬금 번져간다!

재빠르게 쇠갈퀴로 마른풀을 긁어내고 휘두르지만 통제불능의 상태로 변해간다.

날이 더워 두터운 웃옷도 입지 않은 터라 옷을 벗어 후릴 수도 없고!

친구농막 쪽으로 가서 수도파이프를 재빠르게 끌어와 물을 틀어보니 물이 안나온다!

아이구야!

개수대에 붙은 창고로 뛰어가 문을 열고 수도 잠금 꼭지를 풀고 수돗물을 뿌려댄다.

천만다행으로 서너 평에 달하는 돌무더기에 깔려있는 잡풀을 태우고 진화가 되었다.

바람이 세게 불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

농막에 수도가 없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

재수가 없었다면 갈대숲을 태우고, 이내 위쪽 마른고춧대가 한 길 크기로 촘촘하게 서있는 프로농군의 밭을 태우고나서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멋지게 서있는 텃밭 뒷산을 태웠을 꺼다!

만일 그랬다면 멍청한 취미농군은 입건되고 벌금물고, 손해배상하고, 거지될 것이 뻔하다.

아찔했던 삼분여 시간이 왜 그리 길었던지!

 

 

 텃밭 아래쪽에 사시는 정신이 오락가락 하시는 촌로도 논밭의 잡풀을 태워야 할  때는 반드시 해 질 무렵에 태운다. 그래야 불을 확실히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촌로는 반드시 바람이 불지 않거나 산 쪽에서 내려오는 바람일 때에만 잡풀을 태운다. 그래야 불길이 번져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멍청한 취미농군은 촌 생활에 젖어있지 않은 부분은 대체로 무식하다. 그리고 알고 있는 지식도 어설퍼서 몸에 배이게 실제의 생활에 적응하며 살고 있지를 못하고 있다.

모든 일을 조심스럽게 행동할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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