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 빚는 마음

2006. 10. 5. 23:56마음, 그리고 생각

 

내일이 한가위이다.

올 추석은 모든 게 풍성하다.

과일과 곡식이 제대로 자라고 윤달이 끼인 해이고 시월에 추석이니 한가위를 지내는 마음이 예년에 비하여 좀 느긋한 기분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며칠 전에 텃밭이 있는 동네 이장이 햅쌀 한말을 주어 기분 좋게 받아왔다.

그 햅쌀 두어 되를 차례상에 올릴 송편을 빚기 위해 방앗간에서 반은 쑥을 넣고 반은 그대로 빻아왔었다.

아침에 마누라가 반죽을 명하니 물을 끓여 입반 죽으로 버물려 열손가락을 동원하여 신나게 주물렀다. 그런데 이게 웬일? 물을 너무 많이 부었나보다.

할 수 없이 쑥을 넣어 빻은 가루를 함께 섞어 버물릴 수밖에 없어 한 덩어리를 만들어 버렸다.

마누라의 톤이 높아진다. 그러나 어쩌랴! 조상님에게 올해는 쑥 송편만을 올려야지 별 수 있겠나.

참깨를 고소하게 볶아 설탕을 버무려서 만든 속을 넣어 송편을 만들기 시작한다.

송편 원료인 쌀, 참깨, 쑥 모두 텃밭이 있는 시골에서 갖고 온 것이다.


송편을 만들면서 어느새 마누라의 반죽이 어쩌고저쩌고하는 잔소리가 사라진다.

마누라의 송편 만드는 실력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나 보다 몇 수 아래이다.

나는 속을 넣어 몇 변 주무르면 잘생긴 송편이 쏙 하고 태어난다.

마누라가 속을 넣어 두루뭉술하게 만들 반제품은 내 손에서 예쁘게 모양내며 완성이 된다.

오늘은 마누라와 단 둘이서 내일 차례 준비를 하루 종일 하였다.

마누라가 명절이나 부모님 제사 때마다 얼마나 힘을 들이는지 알만 하다.

내일은 한가위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풍요롭고 어느 누구 가릴 것 없이 모두 넉넉하였으면 좋겠다.

친척들 모두가 얼굴이 환하고 입들을 벙글거리며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나누며, 한 가족이 된 것을 조상님께 감사드리며 조상님들의 음덕을 기리며 차례를 지내야한다.

오늘 모처럼 오랜만에 마누라와 단 둘이서 송편을 빚으며 명절 때만이 아니고 수시로 몸은 고달프지만 마음은 풍요로운 이러한 날들이 많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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