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텃밭외등

2006. 6. 17. 10:08돌밭의 뜰




 

텃밭에 멋진 외등 하나쯤은 있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막상 멋진 외등을 만들려 하니 그 모양이나 재료가 문제였다.

돈 많이 들여 비싼 정원등을 설치하면 멋있고 화려할 수는 있어도 내 텃밭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고, 쇠파이프로 쭉 올려 만든 외등은 비용이 싸게 들고 설치가 쉬울 수는 있어도 도무지 내 취향에 맞지를 않는다.

이 생각 저 생각에 텃밭 고르기의 부산물로 나온 돌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막상 돌멩이를 활용하여 탑을 쌓아 외등을 만들려하니 그도 쉽지가 않아 어떻게 시작을 하여야 할지 막막했다.

등산을 하면서 이따금 보아온 돌탑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돌탑처럼 크게 하면 텃밭과 어울리질 않고, 작으면서 쉽게 무너지지 않고 맵시 있게 하려니 시멘트를 써야했다.

처음에는 시멘트가 보이지 않게 하려고 마음먹었으나 단기간에 만들기엔 너무나 어려울 것 같다.  모아 논 돌멩이는 가지각색이고, 납작하고 쌓기 좋은 돌멩이는 별로 없다. 이리 저리 쌓고 붙이고 하니 시멘트의 노출을 막을 수가 수 없다(시멘트가 보이지 않게 하려면 작업기간을 두세 배 이상 잡아야 한다)

돌멩이 골라서 쌓고, 붙이고, 시멘트 붙이고, 도중에 시멘트 굳지 않게 범벅하고, 이일저일 하려니 쉬운 일이 아니다.

쌓은 돌들이 굳어야 하니 쉬엄쉬엄 하여야하고, 쉬는 사이에 이곳저곳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들을 혼내주어야 하니 사흘이 순식간이다.

아래쪽에 호미, 낫 등의 작은 농기구를 수납하는 공간을 만들고, 위쪽에 새집 두 채를 지었다.

시작한지 사흘 만에 저녁 해 진후에 완성이 되었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으나 그런대로 쓸만하다.

저녁을 먹은 후 혼자만의 점등식을 갖고 자정이 넘도록 개구리 울음소리와 함께 외등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외등 옆 쉼터 의자에 걸터앉아 낭만에 젖어본다.


텃밭 서남쪽 앞산 넘어 부옇게 비추이는 제천시내의 불빛이 잦아들고 적막강산의 밤공기가 폐부 깊숙이 서늘하게 찾아든다.

외등을 끄고 의자에 반쯤 누워본다.

북두칠성이 왼쪽으로 틀어져가고 금성도 반짝이며 이사를 한다.

몸서리 칠 것 같은 적막에 잠깐의 잠에서 깨어난다.

새벽에 동편의 기운이 기세 좋게 텃밭에 찾아든다.

외등이 멋지게 어울려 준다.


외등의 옷을 무엇으로 입혀 줄까가 또 고민이다.

능소화?  으아리?  담쟁이덩굴?

아무래도 텃밭 주변의 덩굴식물로 외등을 치장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출처 : 곧은터 사람들
글쓴이 : 石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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