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31. 13:46ㆍ농사
11월로 접어들면 예년의 날씨로 볼 때 텃밭엔 얼음이 얼고, 그러한 날이 며칠 지나면 텃밭의 작물들이 모두 성장을 멈추고 겨울로 접어들게 된다.
텃밭의 배추 몇 포기를 거두고 나면 작물들 손보는 일은 대부분 끝나고, 하는 일이라고 해야 텃밭주인이 텃밭에서 놀기에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서 어루만지는 일이어서 작물돌보기 대신 톱, 대패, 망치 등으로 잡일작업을 하는 일이다.
대부분 농막주변의 텃밭시설에 관한 것이니 사실 그 때부터 텃밭주인의 손이 많이 거칠어지게 된다.
올해에는 농막 뒤 돌 축대를 이용하여 솥 걸이 화덕을 만드는 일, 비닐하우스 옆면 비닐 씌우기, 비닐하우스 안에 간이 샤워장과 간이 소변기설치, 연못주위 나무와 쉼터 손질 등을 생각하고 있는 데 몇 가지 일을 할지는 모르겠다.
배추는 망사처럼 뚫리고 난 후 여러 차례 신경을 쓴 결과 상태가 많이 좋아졌고 속이 차오르고 있어 추위가 좀 늦어지면 김장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무는 스물 두어 개 뽑았고 이미 동치미를 담갔다.
쪽파와 파는 제일 많이 거두었고, 앞으로도 부족함이 없이 생산되는 애들이다.
당근은 오래된 것들은 각질화가 이루어진 것이 많고, 잡초와 낙엽으로 뒤덮인 밭에 뿌려진 씨앗에서 자라난 당근들은 손가락크기로 작지만 여기저기서 자라니 간식꺼리로 충분하다.
당근 꽃은 처음 보는데, 작은 당근이 다섯 자쯤 자라서 우람한 꽃을 피우는 것이 참 이상하고 신통하다.
그런데 그저 초록색이라 예쁘지는 않자만 자꾸 눈길을 끈다.
달링 꽃이 수도 없이 많아 씨앗이 엄청 달릴 것 같은데 얼마나 거둘지, 추위에 씨앗도 맺지 못하고 말라버릴지를 알 수 없다.
농막 옆 개수대 뒤에 여섯 평 밭이 있는데, 언제나 사과나무와 보리수의 낙엽이 쌓여있고 여러가지 잡초가 자라는 밭이다.
경운도 안하고, 거름도 주지 않는 밭으로 텃밭주인이 아주 소중하게 여기는 텃밭인데 그 곳에는 토란 세 녀석, 배추 세 녀석, 상추 열댓 녀석, 까마중 여러 놈, 대파 백여 뿌리, 거두지도 못하고 있는 시금치 한 평 분량, 멋대로 자라는 당근 20여 개 등이 자라는 곳이다.
텃밭주인 나름대로의 자연농법을 시험하는 공간인데 내년에는 더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하고 기대를 하고 있다.
작두콩은 서리와 추위에도 죽지는 않았으나 콩이 더 열리지 않고 굵어지기는 하지만 그리 빨리 여물지는 않고 있다.
다음 주에는 모두 거두에 올해 세 번째 작두콩차를 만들 예정이다.
예상보다는 못하지만 실패한 것도 아니어서 좋은 작두콩차를 마시고 있으니 내년에는 공을 더 들여 작두콩을 열 녀석 튼실하게 재배해볼 예정이다.
부추는 올해 세 번째 풍성한 수확을 안기고 휴면을 준비하는 듯하다.
지난번에 수확을 한 뒤로 자라는 속도가 확 줄었다.
내년 봄에는 분주를 하여 부추 밭을 조금 더 크게 만들 예정이다.
농막 뒤 그늘에 심어놓은 곰취는 몇 잎 먹기는 해 보았으나 그 수량을 늘리느라 보호 중인데 크게 자라질 못했다.
내년에는 곰취모종을 한판 사서 많이 심어볼 요량이다.
농막 뒤 언덕 양지에 총각무를 심고 수확을 한 뒤에 마늘을 심으려했으나 게으름 피는 바람에 총각무를 늦게 파종하여 이제 겨우 잎사귀 세 네 개씩을 달고 있다.
마늘을 추가로 심기는커녕 총각무 같지 않은 열무 몇 단 얻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총각무가 추위에 강한지 지난 번 영하의 날씨와 두 번의 서리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자라고 있어 욕심내고 텃밭에서 귀한 인분주를 푸지게 공급을 해봤다.
이제 돌밭은 슬슬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농막 옆의 돌탑외등에 붙은 담쟁이덩굴, 쥐똥나무, 단풍나무, 무궁화나무 들이 가을 색을 입으면서 낙엽을 떨구기를 시작한다.
늦게 심은 옥수수가 아직도 덜 여물었다. 완전히 잎이죽을 때까지 놔두었다 거두어 겨울맛을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