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28. 22:18ㆍ농사
10여 년 전에 돌밭에서 마늘을 심은 적이 있다.
비료, 농약, 제초제, 비닐멀칭을 하지 않고, 경운기로 경운도 하지 않고 대강 쇠스랑과 삽으로 밭을 만드는 일은 지금과 다르지 않기에 씨뿌리기도 제멋대로고 기르는 방법도 텃밭주인 멋대로 하였으니 소출 또한 자라는 작물이 제멋대로 정하였다.
그래도 작은 마늘은 단단하고, 달고, 적당히 맵고, 맛있었다.
거름이 부족해서인지 여섯 쪽을 넘기지 않는 그야말로 육쪽마늘이다.
올해는 영하의 날씨와 서리에 놀라 부지런을 좀 떨어 고구마를 심었던 밭에 마늘을 일찍 심었다.
종구로는 작은 육쪽마늘을 구하여 400여 쪽을 심었다.
마늘 심은 밭 에는 잡초더미와 거둬낸 땅콩줄기로 위를 덮어주었다.
서리 맞은 고추와 오이를 거둬내니 텃밭이 을씨년스럽게 보이고 늦가을에 바쁘게 풀맬 일도 없고, 농막에서 도만 닦기에는 답답하여 쇠스랑과 선호미를 가지고 밖에서 노니 양파 밭이 만들어졌다.
비가 하루 종일 내린 뒤에 잡초를 슬슬 거두니 잡초뿌리도 잘 뽑히고, 두둑의 높이를 조절하고 고랑을 손보기도 편하니 밭 만들기가 아주 쉽다.
돌밭을 경영하는 돌밭주인이 텃밭을 만들어 가는 수법 중의 하나이다.
양파는 모종 반판을 사서 심었는데 한 구멍에 두세 개가 같이 있는 것이 많아 160개 정도 심었다.
겨울을 잘 이겨내면 돌밭의 전매특허인 마늘을 닮은 작고 단단한 양파 120여 개는 거두지 않을까한다.
농사는 결과로 말해주지만, 어설픈 농사꾼은 언제나 희망과 낭만으로 예측하고 즐거워하는 것이니 그 또한 행복이 아닐까?
추위와 서리에 놀란 돌밭은 색깔이 변해가고 있다.
미루나무는 그 잎이 다 떨어졌고, 돌밭구석은 단풍나무가 고운 색을 입고, 억새는 푸짐하고 포근한 꽃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돌밭 위의 산 쪽에는 은은한 단풍으로 물들어가면서도 찬바람에 낙엽들이 휘날린다.
멧돼지가 겨울을 준비하느라고 지렁이를 많이 먹으려고 하는지 매실나무 아래를 왕창 뒤집어 놨다.
다행인 것은 들깨를 심은 곳에는 후벼놓은 흔적이 없다.
고라니나 멧돼지가 들깨 냄새를 싫어해서 들깨 밭에는 접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맞는 말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