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 수확

2018. 10. 28. 17:17농사

 본격적으로는 올해 처음 들깨를 심고는 엊그제 들깨를 털었다.

말이 250여 포기라고 하지만 프로농군의 100여포기만도 못한 수확을 했다.

처음 들깨모종을 밭에 심을 때에 밭갈이는커녕 들깨모종을 심을 곳도 제대로 파고 밑거름도 없이 죽거나말거나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정성을 들이지 않고 심은 게 대부분 살아났었다

그러나 잡초제어과정에서 이십여 녀석을 싹둑 베어내고 내깔겨두다가 유박거름 시비를 시도 때도 없이 흩여 뿌리고는 들깻잎을 착취하고 들깨 알 여물기만을 기다렸었다.



 그런데 웬 놈의 날씨가 이상해서 시월중순이 채 되기 전에 텃밭은 영하 2도의 추위와 서리 내림이 두 번 지나니 들깨는 그 잎을 모두 갈색으로 바꾸고 줄기도 말라가니 들깨를 서둘러 베어낼 수밖에 없었다.

베어낸 들깨를 비올까봐 밖에서는 말리지를 못하고 차광망 씌운 비닐하우스 안에서 열흘간 말린 후에 들깨를 조심스레 털었다.

막대기로 잘못 털면 그놈의 들깨 알이 사방으로 튀는 바람에 살살 털어내야 한다.

소중한 들깨 알이 멀리 달아나지 못하도록 헤드 떼어낸 골프채로 손주새끼 혼내듯 때리니 제법 많이 들깨 알이 쌓였다.

검불을 걷어내고 흙가루를 털어내고 선풍기로 여물지 않은 들깨 알을 골라내서 큰 봉지에 담아서 아내에게 한 관은 넘을 것이라고 자랑하며 주었는데, 저울에 달아보니 겨우 3 키로그램!

아내는 처음한 들깨농사로 만족스럽다고 말을 하지만 이 건 아니다!

들깨모종 두 판이나 심었는데!


 들깨 알을 잎에 넣고 씹어보니 직접 만든 들깨라 그런지 향이 진하고 고소한 맛이 아주 좋다.

엉터리 자연농법을 선호하는 게으른 농부가 텃밭에서 어루만지고 나름 만족스럽게 소출을 얻을 수 있는 작물로서는 딱 알맞을 것 같다.

내년에는 잡초에 우거진 곳을 더 정리하여 들깨 밭을 두 배 이상 늘려볼 생각이다.

밭을 갈지도 않고, 이랑고랑도 없이 마냥 내깔기기는 뭣하니 들깨 심을 자리라도 괭이로 파주며 돌을 좀 골라낸 뒤에 유박 밑거름이라도 좀 한 뒤에 모종을 심을 것이다.

생각대로라면 내년부터는 들기름은 완전 자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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