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세게 내리는 비

2009. 7. 14. 13:06삶의 잡동사니

 잠자다 빗소리와 개울물 소리에 깨었다.

보통 때 같으면 농막 옆에서 흐르는 개울물소리가 자장가와 같이 편안함을 주고 정겹게 소곤대며 나뭇잎을 스치면서 떨어지는 빗소리에 잠의 깊이를 더해 가지만, 밤새 불규칙적으로 굉음을 내며 쳐 내리는 비와 개울물은 잠꾸러기 농막주인을 여러 번 깨운다.

 


 집중호우로 농막에서 여러 번 특수노동을 한 경험이 있다.

텃밭진입로의 흙이 패이지 않도록 가로질러 물고랑을 냈고,

텃밭에서 토사가 아래 논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손 봐야 했고,

터진 연못의 둑을 두 번이나 생고생하며 보수해야했고,

세 차례 무너진 개울둑을 돌로 쌓으며 시멘트로 발랐고,

개울물이 넘쳐 인분주발효통을 뒤집어놓아 냄새나는 통 두개를 다시 안치하느라 진땀을 뺐었다.


 그게 다 인줄 아는데 또 비가 억세게 퍼붓는다.

비가 엄청 억세게 내려 개울물이 불으면 개울 바로 옆에 붙어있는 농막은 불안에 떤다. 아니 농막주인은 잠을 못 이룬다.

석유통만한 돌덩어리도 가볍게 밀려 내려간다. 큰 비가 오면 개울에 박혀있던 큰 돌이 없어지고 안 보이던 큰 돌이 새로이 나타나곤 한다.

오년 전보다 텃밭의 개울이 깊어졌다.

흙과 모래에 덮여있던 큰 바위가 나타났고, 농막을 보호하는 개울둑이 높아졌다.

비가 적당히 내려 개울물이 졸졸 흐르면 개울에 작은 돌과 모래가 쌓이고 텃밭의 피서지인 개울을 손보기가 좋지만, 호우가 쏟아지고 나면 상처 난 개울과 텃밭을 보수하기에 몸이 고달프다.

 


 다시 장마전선이 북상을 할 것이라는 예보를 들으며 집에 왔다.

큰 비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농사에 좋게 적당히 내렸으면 좋겠다.

취미농군이 생고생을 하는 데,

프로농군은 얼마나 고생이 심하겠나?

농사가 직업인 프로들은 일년 내내 천기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비가 오나, 눈이 내리나, 무덥거나 바람이 심해도 농사의 현장에서 몸을 던진다. 그야말로 목숨 걸고 현장을 지켜야 농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비 좀 적당히 내렸으면 좋겠다.

장마철에도 프로들이 편한 얼굴로 농사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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