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의 토종밤

2009. 8. 11. 12:23삶의 잡동사니

 텃밭 뒷산에 토종밤나무가 여럿 있다.

텃밭 바로 옆 개울가에도 토종밤나무가 있고, 그 나무의 가지가 텃밭에 넘어들어 와 있다.

올해는 작년보다 밤이 많이 달렸다.

텃밭의 토종밤은 추석이 훨씬 지나 늦게 익어서 떨어진다.

토종밤을 주우려면 좀 부지런해야한다.

새벽에 눈비비고 일어나 비닐봉지 들고 밤나무 아래를 어슬렁거리며 다녀야한다.

이때 등산용지팡이를 꼭 휴대해야한다. 풀숲을 지팡이로 헤치기도 하고, 밤송이 째  떨어진 건 가시에 찔리지 않고 엄지손톱만한 밤을 꺼내기에 좋기 때문이다.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에 밤나무 아래를 바삐 다녀보았자 얻는 게 없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지나간 뒤에는 재수 있어야 몇 개의 밤톨을 주울 뿐이다.

 


 추석이 좀 지나면 텃밭 아래쪽의 촌로가 어김없이 텃밭 한쪽 귀퉁이의 밤나무 아래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을 낫으로 깨끗이 베어낸다.

내 텃밭으로 가지를 뻗은 토종밤나무에서 잘 익어 떨어지는 토종밤을 쉽게 줍기 위한 사전포석이다.

내 텃밭에 들어온 가지와 열매는 내 소유 아닌가?  ㅋㅋㅋ

 그러나, 여태껏 그 촌로가 그래왔으니 앞으로도 내 텃밭에 떨어지는 토종밤 다섯 됫박은 역시 그 촌로의 것이다.

내가 토종밤을 얻으려면 뒷산의 토종밤나무 밑을 아침 일찍 풀숲을 헤치며 다닐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한 됫박 얻으면 더 줍지를 말아야 한다.

동네 아주머니들 아침밥 지으며 틈내서 토종밤 주우려고 와서 허탕을 치면 얼마나 허전할까?

 내년에는 텃밭에 밤나무를 다섯 주 쯤 심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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