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10. 09:21ㆍ삶의 잡동사니
친구의 텃밭은 내 텃밭 위쪽에 있다.
친구는 올해 고구마모종을 두 단 심었다.
그런데 세 번에 걸쳐 멧돼지녀석이 고구마 밭에 와서 파고 비비고 뒹굴며 분탕질을 해댔다.
고구마를 심은 두둑이 완전히 무너지고 고랑이 없어졌다.
이백여 고구마 모종 중에서 살아있는 것은 열이나 되려나?
친구는 올해 내게 고구마 동냥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ㅋㅋ 그 놈의 멧돼지새끼!
저 놈 내 텃밭에는 오질 말야야 고구마를 건질텥데.........
친구는 아직 화장실이 따로 없다.
나처럼 텃밭에서 나오는 똥을 인분주로 만들어 텃밭에 거름으로 주라고 설득을 여러 번 해대지만 막무가내로 반대이다.
“내가 자네 똥까지 귀해서 거름으로 만들어 텃밭에서 쓰는 것이 아니라 텃밭 옆에 흐르는 개울에 버리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인분주로 만들어 쓰는 것이야. 자네도 자네가 만든 똥만큼 자네 밭에다 뿌리게. 자네 밭에 인분주 주기 싫으면 내 밭에다 뿌리게나” 하니 똥지게 같이 번갈아 지자는 말이라 친구가 생각에 잠겼다. ㅋㅋ
올 봄에 친구가 자기 화장실을 만들겠다며 무지하게 큰 5인용 정화조를 포클레인을 동원하여 묻었다.
화장실 겸 창고를 스티로폼 패널로 만들겠다고 계산하고 견적을 이래저래 뽑다보니 몇 달 지났고, 급기야 장마철에 호우가 여러 차례 텃밭을 때렸다.
정화조에 물을 채우라는 이야기를 들은지라 호우 내리기 전날에도 친구에게 이야기를 했건만 친구는 미적거리며 억수로 내리는 빗소리를 농막에서 음악소리로 듣기만 했다.
다음날 아침에 나에게 하는 말, “이이구야! 드디어 사건이 터졌다!”
정화조 묻은 데를 가보니 정화조가 붕 떠버려 흙에 누웠다!
친구는 정화조에 똥이 차면 똥차를 불러 똥을 치려고 했다.
미리 물을 채우면 텃밭 개울로 똥물이 나가니 난감했고, 설마 그 크고 무거운 정화조가 흙 속에서 뜨겠냐는 생각에 미적거렸다.
흙이 물을 잔뜩 먹으면 흙이 물 같이 되니 배 같이 속이 텅 빈 정화조가 위로 뜰 것은 뻔한 일!
친구는 화장실을 만들려면 할 수 없이 포클레인을 하루 더 써야한다. 이거 참!
그나마 다행인가? 화장실 다 만들어놓고 솟아올랐으면 더 고생할 뻔 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