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여행

2017. 2. 17. 12:47나들이

  손아랫동서의 팔순기념으로 세 동서부부가 함께 여수로 여행을 갔다.

첫 날은 오후에 도착한 관계로 오동도를 거닐며 남도 바다의 싱그러운 겨울바다 냄새를 실컷 맡았다.

아직은 때가 일러 동백꽃이 드물게 피어 아쉽긴 했으나, 적당하게 춥고 맑은 하늘아래 오동도의 산책길을 울창하게 뒤덮은 대숲을 지나며 들이키는 청량한 공기는 온몸을 싱싱하게 만들었다.

오동도등대를 걸어올라 푸른 바다 넘어 바라보는 남해도는 몇 번 보기만 하고 한 번도 헤엄쳐보지 못한 상주해수욕장을 그리게 만들었다.





 엠블호텔 방 셋짜리는 큼직하고, 깨끗하고, 기분 좋았으나 비용은 좀 그렇다. 하긴 콘도회원 비용이고 특별한 날을 위한 숙박이니 즐기기만 하면 될 일이지.

저녁은 엠블호텔에서 뷔페로 하고, 숙소에서 팔순 동서의 사위가 보낸 포도주와 과일바구니, 케이크 등으로 여섯이서 후식을 즐겼다.

 

  둘째 날은 카니발을 렌트하고, 남자들 중 제일 젊은 내가 운전수이자 여행안내자로서의 중책을 맡아 활약을 했다.

자동차 렌트 시간을 좀 늦게 시간을 잡은 관계로 시간이 많아 새벽에 호텔 옆 일출정에 올라 맑은 새벽공기를 마시며 남해도 쪽에서 솟아오르는 붉은 해를 바라보면서 뒤늦게 새해일출을 즐겼다. 






   순천만 갈대숲으로 가서 적당한 산보를 겸하여 생명이 넘치는 갯벌, 갈대숲 사이를 휘저으며 노니는 철새들, 드넓은 갈대숲과 갯벌을 쓰다듬으며 지나는 바람결을 바라보면서 모두들 동심으로 돌아가는 즐거움을 만끽하였다

늦가을 만큼은 못하였으나,  어린 마음을 가슴에 곱게 채우면서 너른 갈대숲과 파란 하늘을 바라보니 노인으로 접어든 동서부부들이 모두 맑고 편함을 느끼는 아이들 얼굴들이 되었다.



순천만갈대숲을 온 김에 국가정원을 돌아다니며 걷기운동을 한 뒤에 불자부부들에게 선물을 주기위해 여수 흥국사를 탐방하였다.

나라가 흥하면 흥국사도 흥한다 하였던가? 시국이 그래서 그런지 흥국사는 어수선하다. 대웅전이 새로 만들어지는 등 공사판으로 변해 정리정돈이 되지 않은 경내라 차분하게 들여다보질 못하였다.

만족스런 절 구경이 전혀 되지 못했으나, 와중에 기와불사를 하는 자리의 스님이 성의껏 설명을 하는 모습에 임시대웅전에서 예불하고 나온 불자부부는 기와불사를 위한 시주를 하면서 행복한 표정이다.

문화재급에 속할 수도 있겠다싶은 멋스런 화장실은 언제 무너질까 걱정스런 모양이라 보는 이의 마음이 편하질 못하다. 나라가 어서 제대로 안정되고 번성하여 흥국사도 흥하는 시절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절 입구에 삐둘게 서있는 부도들을 편치않게 바라보며 조용히 절을 빠져나왔다. 


  광양의 거대한 포스코광양제철소의 규모에 경탄하고 공장구경을 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면서 남해대교를 건너니 미조면사무소까지 의 거리가 43킬로미터가 넘게 나온다. 우리나라의 다섯 번째로 큰 섬이다.

상주해수욕장은 차창으로 흘낏 바라보며 지나고, 남미조항에서 파란 바다에 취하여 십여 분간을 머물며 청청한 바다와 맑은 하늘을 손저으며 만지작거렸다.

독일마을 가는 길에 해오름예술촌에 들러 수더분하고 순진스런 바리스타의 원두커피의 맛에 후한 점수를 준 후에 독일마을에 도착.

 지금의 독일마을은 더 이상 독일마을이 아니다!

십 수 년 전인가 갔을 때는 마음이 짠해서 아름답게 보이는 집들을 바라보면서 노부부들을 혹 만날 수 있나하면서 기웃거리며 거닐며 산책을 하였었는데, 지금은 마을초입부터 먹자마시자판의 상점이 들어서서 눈과 머리가 어지럽다. 지금은 독일마을에 사는 독일마을 원주민가정이 셋이라나?

독일마을 끝 쪽에 있는 볼만 하다고 판단되는 원예예술촌도 월요일이라 개방을 하지 않아 구경을 못하니 갑자기 장시간 운전으로 인한 피곤이 덮쳐왔다.

그래도 일행들이 독일마을 한편으로 구경하며 장시간 승차후의 피로를 풀며 산책을 하는 시간을 가진 후에 다시 여수로 향하였다.

여수로 향하던 중 앞쪽 산 너머로 숨어가는 낭만적인 빛으로 물들은 일몰 모습을 보면서 쫓아가는 호사를 누려 독일마을에서 잡쳤던 기분을 다시금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여수시내서 저녁을 하려고 찾아 두었던 맛집을 갔으나 일찍 문을 닫아 인근의 식당에서 갈치조림과 아귀찜을 먹었다. 일반적으로 남도여행에서 느끼는 맛 이상의 맛이 아니라 그저 그런대로 저녁을 먹고 호텔로 가니 렌트카의 주행거리가 320킬로미터이다.

렌트한 차가 카니발인데 여섯 명이 여행하기에 딱이다. 내가 느낀 단점 하나는 운전자좌석이 아무리 조정을 해도 내몸에 딱 붙지를 않는다는 것.  열한 시간동안 운전수와 여행가이드 노릇 힘들게, 그러나 즐겁게 잘했다.



 셋째 날은 오동도를 다시 거닐면서 맑아서 기분 좋은 하늘과 바다를 눈에 넣고,

남해바다 유람선 대신 모터보트를 타면서 푸르고 시원한 바다와 바람을 가르면서스피드를 즐겼다. 선착장에 도착하기 전 삼 분여 간의 보트가 뒤집히기 전까지

곡예운전에 스릴을 맛보면서 남해바다를 떠나는 아쉬움을 달랬다.

  여수항 부근의 돌산식당에서 남도음식의 진수를 맛보았다. 값이 적당하고 정갈하고 입맛당기니 모두들 폭풍흡입을 하였다. 갈치조림과 서대회로 점심을 하였는데 주 메뉴가 아닌 콩나물국에 모두들 감탄을 하며 추가공급신청을 두 번이나 하면서 포식을 하였다.

 식당 주인이 며느리를 아주 잘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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