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은 나를 귀찮게 해

2020. 4. 7. 12:54돌밭의 뜰

 집이나 텃밭에 연못을 갖고 싶어 하는 이들이 꽤 많다.

전원생활을 하면서 땅의 규모에 알맞은 연못을 만들어 물고기와 수생식물들이 연못 안에서 살게 하고 연못 둘레에는 연못과 어울리는 꽃들과 나무로 채워지게 한다면 그 자체로 낭만적이고, 연못을 바라보며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 아닐까한다.

내 텃밭이 꽤나 넓고 텃밭 안에 좋은 수원지를 가지고 있기에 연못도 좀 크게 만들었고, 이왕이면 자연적이면서 생태적인 연못을 만들고자 방수처리나 손쉬운 관리를 위해 시멘트나 벽돌을 일체 사용하지 않았다.

예전에 작은 수렁이 있는 곳을 활용하여 큰 돌, 작은 돌들을 둘레에 쌓아 10여 평 크기로 만든 것이다.  

연못을 제대로 돌보지 않을 때에는 잡초에 덮이고 물도 지저분하여 차라리 없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고, 애착을 가지고 땀 흘려 가꿀 때에는 연못가의 큰 돌 위에 올라앉아서 녹음과 함께 마냥 바라다보며 눈, 가슴, 머리를 시원하게 하는 텃밭에서의 최고의 시간을 즐기기도 한다.



 연못을 만수위로 하였을 때는 깊이가 허리춤을 넘고, 낮은 수위에서는 무릎높이 정도가 된다.

연못물이 깨끗해서인지 가재가 살고 도룡뇽이 알을 푸지게 까놓기도 한다.

주천강에서 잡은 갈겨니, 버들치, 참마자 등이 많이 살고 있을 때에는 황새가 자주 와서 노니는 터가 되었고, 큼직한 붕어를 몇 마리 넣어 고기가 많아 보일 때에는 그 해 텃밭을 마무리하고 난 후에는 어김없이 산골동네의 어느 술 즐기는 이가 연못에 침범하여 고기를 잡아먹는 불상사를 일으키곤 하였다.

그 술꾼은 연못물을 퍼낼 수가 없어 자동적으로 흘러나가게 만든 배수관을 마음대로 열어놓고 고기를 잡은 후에 마개를 막지 않아 봄철에 가보았을 때 고기는 한 마리도 없고 물 나오는 곳 주변에 가재들만 눈에 띄어 배수관을 고쳐서 무릎깊이 아래로 물이 빠지지 않게 만든 적도 있었다.

올 초봄에는 물을 빼낼 수가 없자 아예 배수관을 비틀어 뽑아내고 배수관을 살펴본 후 수위가 많이 줄어들지 않자 배수관조절통을 삐뚜름하게 걸쳐놓고 그냥 가버린 모양새이다.

* 배수관을 다시 바로 새워놓고 정리를 했으나 가뭄이라 그런지 누수가 없는데도 수위가 안 오른다


올해 처음 텃밭에 가보니 허벅지 깊이의 수위가 무릎깊이로 낮아지고, 준척붕어 세 마리만 연못을 휘저으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사람 왜 그물을 가지고 와서 붕어를 잡아가지 않았을까?

붕어는 안주로 먹지 않는 술꾼?

연못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키는 데에 한나절 또는 이틀을 땀을 흘려야하니 화가 치밀지만 어쩌랴!

감이 드는 용의자 두어 사람이 있지만 증거가 없고, 또 연못에 대한 피해가 촌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서 감내할 정도라고 볼 수도 있는 수준이니 그냥 말없이 보수하는 게 좋을 듯싶다.






 그러고 보니 배수관을 손보면서 주변의 누수를 막는 작업을 하루 이틀 정도 하면서 틈틈이 연못둘레의 잡초들을 정리하며 텃밭의 첫 일을 하는 데에 익숙해진지 오래이다.

연못을 즐기고, 즐기기 위해 연못을 다듬어가고, 그러면서 텃밭이 정원으로 변해가는 모양을 바라보는 것이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떠한 동기이든 다듬어지는 연못과 텃밭정원의 변화는 어쨌든 텃밭주인의 노동과 분발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귀찮은 일이 없이 지나면 마냥 편해서 늘어지기만 할 수 있다.

좀 귀찮더라도 땀 흘리며 움직이면 그 대가로 연못을 즐김으로써 얻는 만족이 배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연못 바닥을 한 자 정도 더 깊이 파내고 붕어를 더 넣어볼까?

그리고 아예 한 칸 반 낚싯대를 연못에 놔두어볼까?

그럼으로써 텃밭주인만이 아니고 연못을 몰래 탐하는 술꾼도 같이 연못을 즐기게 만들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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