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26. 19:21ㆍ돌밭의 뜰
작년에 텃밭연못에 낚시로 잡은 월척급 붕어들을 몇 마리 넣었었다.
지난겨울에 동네사람 누군가가 연못의 물을 빼내고 붕어를 잡으려고 배수관을 뽑아냈던 흔적이 있었으나 물 빼기에 실패를 했기에 붕어들이 살아있었다.
텃밭에 갈 때마다 제일먼저 살펴보는 곳이 연못이다.
그때마다 인기척에 놀란 붕어들이 요란스럽게 바닥을 휘저으며 흙탕물을 일으키곤 하였다.
그런데 3월하순경부터 연못물위에 붕어가 죽어 떠있기도 하고 죽어가는 붕어가 연못둘레 밭가에 나와 있기도 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산짐승들이 붕어를 잡았다면 죽이기만 하고 먹지 않고 놔 둘리는 없을 것인데?
며칠 전에 의문이 풀렸다.
아침에 농막 밖을 바라보다 제천지역에 서식하는 백로같이 큰 새가 연못 쪽으로 날아드는 것을 보았다.
급하게 휴대폰의 카메라를 켜서 촬영을 준비하니 마침 그 놈이 연못을 나와 밭으로 올라왔다.
촬영을 할 시간이 주어져 두 컷을 찍고, 좀 더 잘 찍으려고 카메라를 찾아서보니 이미 날아가고 말았다.
섭섭하게도 날아오르는 모양을 놓쳐버렸다.
그간 붕어 대여섯 마리를 죽이거나 훔쳐간 범인이 밝혀진 것이다.
10여 년 전에는 제천에 서식하는 백로들이 어쩌다 주천강에서 채집해 넣은 작은 물고기류들을 잡아먹으려고 연못에 드나들은 것을 보기는 했지만, 4년 전에 연못을 다시 손보고 나서는 큰새가 날아드는 걸 본 것은 처음이다.
사진을 확인해보고 검색을 해보니 왜가리이다.
이미 사건이 판명이 되었으니 연못에 붕어와 같이 큰 물고기를 기르는 것을 포기하여야겠다.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미꾸라지 같을 것을 기르는 것도 말아야겠다.
그냥 수련이 떠있는 연못으로, 둘레에 여러 야생화들이 살고 있는 연못으로 가꾸면서 바라보는 것으로 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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