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며

2022. 12. 31. 21:52마음, 그리고 생각

 원래 잠을 잘 잔다.

괴로운 일이나 궂은 일이 있어 내일이 걱정일 경우에도 걱정한다 해서 일이 잘 풀리는 것도 아니니 잠부터 자는 게 상책이지 하며 잠부터 자왔고, 잠 또한 잘 자는 숙면을 한다.

그러니 평생 잠 못 이루고 괴로워하거나 수면제를 먹은 적 또한 한 번도 없다.

그래왔던 내가 요사이 며칠간 서너 번 잠이 잘 오질 않아 애를 먹다 잠을 잤다.

늦게 잠을 자고 네다섯 시간을 한 번도 깨질 않고 잠을 푹 자니 잠을 못자서 고생하는 것이 아니고, 일찍 자질 못하고 다만 늦게 자는 것이니 엄밀히 말하면 불면증하고는 거리가 멀다.

달포 전에 허리디스크수술을 한 이후로 낮잠을 자주 잔 영향이 있는가보다.

밤에 자려고 누워 두세 시간을 뒤척이는 경우가 자주 생기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텃밭생활을 할 때에는 보통 아침 일찍 여섯 시 전에 깨고, 아무리 늦게 자도 자정을 넘기는 경우가 없다.

자연 속에서 밤낮이 때에 따라 변화되고, 적절한 노동, 운동, 휴식으로 몸과 마음이 알맞은 긴장과 일상생활에서의 적절한 시간의 배분을 이루기에 해뜰녘에 일어난다.

그리고 만물이 어둠에 싸여 고요를 이루는 때가 된 이후에는 다음날의 상쾌한 기상을 준비하는 시간만큼의 양을 잠자는 데에 자연스레 자동적으로 할애하는 것이다.

인위적인 것이 아니고 자연적으로 잠 깨고 잠자는 것이 무리 없이 이루어지는 상태가 되니 잠자리에서 뒤척거리며 잠자려고 애쓰는 일 또한 없는 것이다.

 

 사람은 할 일이 있어 머리를 써야 하거나 몸을 쓰는 움직임을 유지하여야 살아 있음을 느끼고 살아있음으로 세상의 일원으로서 존재함을 알 수 있으며 삶 그 자체를 고맙게 생각하게 된다.

육신과 정신이 조화롭게 운전되고 스스로가 존재감을 느끼고 살 때에 행복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된다.

무의도식하고 혼자서만 편하다고 행복할 수는 없다.

산중에 홀로 지내며 고독을 즐긴다고 그 자체로 인생에서의 가치와 행복을 누릴 수가 있을까?

수도적인 삶을 유지시킬 필요나 인생살이에서 마주치는 고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혼자만의 삶을 유지하는 경우 등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홀로 사는 것은 고독을 즐기는 것이라기보다는 현실 도피적이며 사회생활에서의 패배로 외로움을 타는 무가치한 삶이 되는 것이 아닐까한다.

 

 새해로 바뀌는 즈음의 세모를 지날 때에 불편한 허리를 핑계로 집안에서만 주로 지냈던 지난 달포의 허전한 날들을 생각하며 앞으로의 생활을 그려본다.

허리디스크수술로 마냥 누워있기만 할 수는 없었기에 집안청소, 설거지, 독서, 원두커피 볶기, 화분 돌보기, 아파트 창틀보온작업 등으로 나름 쉼 없이 바쁘게 움직이려 했기에 늘어지게 놀 수 있는 게으름을 멀리 하였으나 주로 집안에서 심신을 굴리는 나날이라 아무래도 뭔가 부족하고 허전한 달포의 기간이었다.

그리고 코로나시대라 하여도 외부의 활동이 제한되면 생각지 못 한 답답함이 발생되니 나 또한 그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6주간의 허리고정을 위한 복대를 하여 갑갑하고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를 하였으나 내일부터는 허리고정을 위한 복대를 풀고 허리근육과 다리근육이 회복되도록 재활치료차원에서의 운동을 꾸준하게 하여야한다.

 

 예전의 젊은 때와는 달리 지난 한해를 돌아보고 성찰을 하면서 새해를 위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지만 나이 들어감에 어울리는 마음가짐조차 버릴 수는 없기에 오늘 몇 시간을 이것저것을 생각해보았다.

일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으면 먹지도 말아야한다는 백장선사의 말을 되새기며 나이에 걸 맞는 일과 늙어감에 따라 공허하게 비어가는 머리와 마음을 알맞게 채우는 일이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큰 테두리는 세웠으나 구체적인 것들은 정하지 못하였다.

하루하루의 일을 정해놓고 매일 매일의 성과를 측정하거나 그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생활은 지금의 나이에 어울리는 일이 아니기에 예리함보다는 무딤을, 성급함보다는 느긋함을, 욕심보다는 자족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의 나날을 살 일이다.

 

신년축하하는가? 난화분에살고있는 사랑초(괭이밥)가 예쁜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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