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23. 14:49ㆍ마음, 그리고 생각
새해 밝은 날을 맞으며 조상님들께 차례를 올렸다.
해마다 살림살이를 줄여가는 노년백수의 입장에서 아내와 차례상의 규모를 점차 줄여나가자는 데에 이의 없이 합의를 하였으나, 그게 쉽지 않다!
올해는 큰 아들 식구와 함께 다섯이서 차례를 올렸으나 지난해보다도 상차림 가짓수는 전혀 줄지를 않았다!
< 모처럼 식혜를 만들어 시원하게 먹고 싶은데....
우리처럼 고기를 안 먹는 집에서 어쩌다 때맞추어 고기 조금 씹어볼까?
육전을 줄였으니 손자녀석 잘 먹는 대구전과 호박전을 조금 부쳐 볼까?
과일이야 늘 먹어야 하는데, 조금 신경 써서 설 전에 맞추어 구입하면 싱싱한 것인데 뭘....
북어포는 우리가 즐기는 것이고 놔두었다가 육수를 내기도 하는 것이어서 항상 있는 것을 상에 올리는 거니 신경 꺼놔도 돼!
산자나 떡 등은 제사나 차례 때에 한 상자씩 쟁여놓고 내가 이따금 즐기는 간식꺼리나 아침식사용이다!
조기는 왕짜나 특짜를 별도로 사서 올리는 게 아니고, 내가 즐겨먹는 마트 냉동굴비두름에서 잘 생긴 놈 세 마리 골라 다듬어 쓰는 것이니 세 마리라야 만 원도 안 된다!
술은 둘째 아들이 객기 부리느라고 내가 좋아하는 이강주를 이따금 두어 병씩 보내주니, 골치 아픈 정종 쓰는 것보다야 깔끔하고 음복 한잔씩 한 후에는 아내의 비법요리에 쓰이니 낭비하고는 거리가 멀어!
상차림 가짓수가 많은 듯해도 우리는 제사나 차례에 참석하는 식구들에 맞추어 상차림을 하는 것이니 고수레 조금 하고는 알뜰살뜰 우리 식구들 배를 채우는 것이고, 남으면 다음날 더 먹으니 낭비란 전혀 없단 말이다!
그리고 일 년에 도합 네 번 지내는 우리 집 기제사와 차례에 맞추어 즐기지 않는 음식을 쓸데없이 과다하게 만들면서 며느리를 고생시키는 게 아니고, 상차림 준비 거의 다 해놓고 며느리 불러 맛 보여주면서 검수 받는 것이니 며느리 불평은 1도 없다! >
아내와 상차림을 줄이자는 건 쓸데없이 낭비하고, 필요이상 많이 만들거나, 고생하는 걸 방지하고, 우리살림규모에 맞는 생활을 하자는 의도이다.
우리 나이가 일흔 중반이라 조금 일하면 일찍 지치고 아프기 쉬우니 우리들 건강상태와 모이는 식구들 규모에 맞추고, 주머니 형편에 맞추어 상차림을 하면 조상님들 꾸중도 없을 터이고 남 의식할 일도 아니니 우리도 떳떳할 일이다.
성균관에서 제시하는 상차림으로 뭐 절만 하고 먹지도 못하고 바로 식구들 해산시킬 일 있을까?
그게 서운하면 비싼 음식점 이용하며 돈 많이 쓰란 이야기인가?
모처럼 식구들 모여 옛날이야기도 하고, 한 잔 술에 벌겋게 달아올라 애교 있는 불평을 늘어놓기도 하고, 손자녀석 재롱에 뒤집어지는 즐거움이 집안을 들썩이게 하는 행사를 치르는 것이 기제사와 명절차례의 뒤풀이라고 보는 것이 내 생각인데 성균관의 꼴사나운 차례상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유교의 기본이 그러한가? 참나!
조상님들 기리는 기제사, 그리고 민족명절을 맞아하는 차례는 유교 이전의 우리들 인간생활의 기본에서 나오고 찾고 실행하는 그야말로 인간적인 행사이다.
굳이 유교를 들썩이며 제사와 차례의 기준을 억지로 꿰맞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절약한답시고 차례상은 개떡같이 올리고, 식구들 먹을 기름지고 맛있는 푸짐한 음식들을 진설하지 않고 숨겨놨다가 조상님들 물러가면 왁자지껄 대며 먹는다면 참 한심한 발상이다.
그게 차례간소화이고 낭비를 막는 생활의 지혜가 될 수는 없는 것이고, 성균관에서 지도적 차원이나마 떠들 일이 아니다.
그저, 형편에 맞게 진설하여 낭비하지 않으면서 식구들 맛있는 음식들을 모처럼 배부르게 먹으면서 하루 지낼 정도로, 그리고 조금이라도 남으면 다음 날이라도 어제를 생각하며 남은 음식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정도면 될 것이다.
그게 우리들 민초가 어쩌다 특별한 날에 집안과 나를 생각하면서 식구들 간의 사랑을 나누면서 기쁜 마음으로 집안행사를 즐기는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설을 쇠면서 생각과 행동을 조심스럽게 삼감으로써 1년 내내 아무 탈이 없기를 기원한다.
우리 부부가 죽는 날까지 내 생각 같은 상차림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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