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4. 21:56ㆍ마음, 그리고 생각
방어회 맛에 꽂힌 A가 어느 음식점에 가서 대방어회를 먹어보고는 최고의 맛이라고 칭찬하며 먹으러가자고 한다.
그 음식점이 대방어로 회를 뜨는 형편이 못 된다는 걸 잘 알기에 믿지도 않았고 딴 일이 있어 갈 수도 없었다.
B가 A와 같이 점심을 하고 하는 말이 맛이 형편없었다고 하며 입맛만 버렸다고 한다.
인천에 대방어회를 제대로 하는 곳이 어딘가를 눈을 부릅뜨고 인터넷검색하며 찾아보았다.
상업적이거나 저질냄새를 풍기며 화면을 도배하는 것들을 추려버리고 나서 힘들게 찾은 어느 작은 가게에서 C와 함께 부부동반 저녁을 방어회로 하였다.
C는 술꾼이라 그런지 소주를 두 병이나 마셨고 부인들도 저녁을 잘 즐겼다.
며칠 후 C가 B와 셋이서 대방어회를 먹자는 제안에 내가 먼저 갔던 음식점으로 가자고 했으나 C가 그곳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소래포구로 가자고 했다.
계산하겠다는 이의 말에 따르는 게 좋으니 그리 할 수밖에!
소래포구 어물전을 돌아다난다고 해서 좋은 대방어회를 당연히 싼값에 얻을 수 없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잘못하면 제값을 내고도 싸구려물건을 받기 십상이다.
결국은 만족스럽지 못한 선택으로 술안주와 점심을 하였지만 나와 B는 내색을 하지 않고 점심 잘 먹었다고 C의 비위를 맞추었다.
물건이 무조건 싸고 좋은 건 없다.
물건마다 제각각 제 값이 있다.
소비자가 물건에 관하여 상인들보다 잘 알아 소비자만 득볼 수는 없다.
확실하게 좋은 물건을 품위 있게 사려면 비싼 곳에서 제값을 주고 사면된다.
주머니사정이 어려우면 사정에 맞추어서 모자라는 물건을 사서 쓰면 될 일이고, 그게 바로 자족하는 마음이다
나 스스로와 남에게 내 마음을 치장하지 않고 구태여 숨기지 않는 것이 지족할 수 있는 기본인데, 인색한 미음이 더하여 지족 할 줄 모르면 나 자신과 주위에 개운함을 줄 수 없을 것이다.
예전에는 방어회를 즐기지 않았다.
그저 부산지역이나 제주도에 가서 고급어종을 회로 먹을 때에 사이드 메뉴로 즐겼을 정도이다.
그 것도 겨울 제철에 말이다.
지금은 겨울한철메뉴로 자리 잡아 식당에서 고급어종으로 취급하기도 하며, 7~8킬로그램이 넘는 큰 방어를 소위 대방어라고 부르며 그 회 또한 판매하는 값이 꽤나 높다.
많은 사람들이 대방어를 즐기지만 회를 떠 놓은 모양이나 맛을 보고 대중소 방어를 구별하거나 바로 잡은 활어회인지 숙성회인지를 구별할 줄도 모르면서 대방어대방어하면서 바가지 상혼에 당하는 걸 쉽사리 볼 수 있다.
어시장에서 큰 그릇에 담겨있는 방어를 보면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어떤 큰 방어는 아예 움직이지도 못하게 굵은 철망으로 덮여있고, 거의 대부분 주둥이가 헐어 찢어진 모양으로 죽어가는 걸 보면 내가 왜 저런 상하고 기운 빠져 애처로운 물고기를 횟감으로 선택해야하나 하며 고개를 돌리고 만다.
음식은 자신의 취향, 함께 하는 이들의 수준, 그리고 주머니사정에 따라서 모나지 않게 선택하여 먹을 일이다.
나이 듦에 따라서 음식을 먹는 일도 어떻게 하여야 좋은 지를 생각해보게 된 며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