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20. 18:18ㆍ농사
작년 겨울에 텃밭을 떠나 온지 세 달이 넘어서야 텃밭을 찾았다.
텃밭의 겨울이 너무 추워 농막에서 지내기가 여의치 못하기도 하지만, 겨우내 게으름의 즐거움에 빠져서 한 겨울 다 지나도록 텃밭을 푸대접하였다.
농막은 세 달 동안 쥐들의 천국이 되어있었다.
농막에 들어선 순간 “아이구야!” 소리가 절로 나온다.
선반에 놓아 둔 피 땅콩은 한 바구니 통째로 껍질뿐이다. 바구니에 들어있던 땅콩을 전부 꺼내어 껍질을 까고 알맹이를 한 알도 안 남기고 먹어버렸다.
수수, 들깨도 하나도 없다. 씨앗을 쥐가 모두 먹어버렸다.
라면봉지와 과자봉지도 쏠아서 뚫고 냠냠을 했고, 커피를 후식으로 처먹었다.
옷걸이에 걸어 놓은 바지를 어떻게 올라탔는지 바지 안, 주머니에도 쥐똥이 널려있는 걸로 보아 내 바지가 서생원 놀이터 이었나보다.
* 선반 위의 쥐똥들...
* 옥수수는 다행히 한 개만 먹었다.
청소를 하다가 한 놈 잡았다.
엄지손가락보다 작은 놈이다. 또 한 놈을 잡으려다 놓쳤는데 찾지를 못하고 애를 먹다 쥐구멍을 세 개나 찾았다. 하드보드 구석에 플라스틱몰딩 한 부분을 손가락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구멍을 낸 것이다.
쥐 이빨은 철사도 갉아내어 끊는다더니 역시 쥐 이빨이다.
하루 종일 쥐구멍 막고, 농막 세간 들어내어 대청소하면서 진땀을 뺐다.
쥐새끼 때문에 텃밭일이 더 늘었다.
현관문 이외에 농막 안에 또 하나의 출입문을 달아서 쥐새끼가 침입을 못하도록 완전히 방비를 하여야겠고, 내친김에 우중충한 농막 안을 치장을 하여야겠다.
때 묻은 하드보드를 깨끗이 하고 한지로 도배를 할 예정이다.
그리고 조그만 침상이지만 손을 좀 보아 좀 아늑하게 꾸미려한다.
텃밭에서 땀 빼며 일만 할 것이 아니니 농막도 취향에 따라 손보는 것이 좋겠지.
* 마늘밭은 아직도 검불더미만 보인다. 자세히 보니 마늘 싹이 나오고 있다.
* 비닐하우스 안의 쪽파는 죽지 않고 싱싱하다. 밖의 쪽파도 상태가 좋다.
* 양파는 이제 싹이 좀 나오는 데, 실패한 것 같다.
* 달래는 좀 지나야 먹을 만 하고.
* 바람 없는 때에 검불을 모아 태우고 재 뿌리고.
* 텃밭의 쥐똥나무가 이제야 봄 색깔을 조금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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