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17. 14:29ㆍ농사
작년에 추가로 구입한 150 여 평 텃밭을 올 봄에 포클레인으로 정지작업을 하였다.
기존의 텃밭 북동쪽에 붙어 뒷산 골짜기에 있으며 소나무로 둘러싸여 텃밭에 비하여 해가 두어 시간 늦게 뜬다. 동네 사람이 한동안 농사를 지었으나 텃밭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경운기가 드나들 진입로가 없어졌고, 일조량도 적어 농사하기가 마땅치 않게 되자 삼년 동안 방치되어 묵밭이 되었던 것이다.
오래 방치하여 아래쪽의 흙이 패였고 산비탈 쪽의 배수로가 망가져있기에 지적도를 참고하여 배수로를 정비하고 밭을 고르게 만들고 보니 모양이 그럴듯하다.
모양은 그럴듯한 밭이지만 마땅히 무얼 심어야할지 쉽게 떠오르질 않는다.
비어있는 텃밭 공간이 많은데 농사욕심을 가져봐야 몸이나 고달프고 소출을 만족스레 얻지도 못할 것이 뻔한지라 나무 몇 그루 심어놓고 이따금 제초작업이나 해 주고 내깔겨두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래저래 뒤져보고 따져보니 호두나무가 제격이라 바로 30 여 주 심으려 했다. 그런데 시장에 알아보니 호두나무가 동났다. 나무심기에 늦기도 했지만, 요즘 들어 견과류를 찾는 소비자가 많이 늘어 호두가격이 높게 형성되어있는데다, 농약을 쓰지 않고도 재배하기 쉬운 유실수가 호두나무라는 것이 부각되어 호두나무가 많이 팔려나갔기 때문이란다.
아내가 견과류, 특히 호두를 좋아한다. 그런데 호두가 너무 비싸 자주 사먹지를 못한다. 영동호두가 좋은 데 제일 비싸니 다른 호두를 사 보기도 하지만 품질이 별로다. 맛도 덜하고 껍질만 단단하기도 하다. 북한산 호두는 유통과정 탓이 큰지는 몰라도 많이 말라비틀어졌고 그에 따라 맛도 모자란다. 미국산은 싸고 크고 영양이 좋은 느낌이지만 고소함과 과육을 씹는 맛이 아주 한참 모자란다.
텃밭 아랫집에 고목이 된 호두나무가 두 그루 있다. 해거리가 심하긴 하나 꽤나 많이 달리기도 하고 맛도 괜찮다. 그래서 작년에 호두나무가 텃밭에 쉽게 적응할 것이라는 생각에 작은 묘목 네 그루를 심었지만 세 녀석은 죽었고 한 그루만 크고 있다.
엉터리농군이 하는 일이 나무 죽이기라 몇 되지 않는 나무농사도 쉽지가 않다. 돈 아끼느라 나무젓가락 같은 놈들 사서 심으니 더 잘 죽고, 어쩌다 예초기 가동하여 풀베기하다보면 멀쩡하게 크는 나무 밑동을 싹둑 자른다.
내년에는 굵은 호두나무들을 모셔와야겠다. 그래야 심은 지 삼년쯤 뒤에 호두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150 여 평에 널찍하게 15 주 만 심어야겠다. 열 그루 쯤 살려 잘 기르면 일년 내내 맛나게 먹을 것이고 이웃에 나누기도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