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한 배추농사

2008. 11. 15. 11:25농사

 올해 배추모종을 120 여 포기나 심었었다. 그런데 결과는 참패이다.


 작년에 씨앗을 파종하여 기른 배추는 크기는 아주 작았지만 깨끗하고 맛있게 자라 주었고, 그러한 결과는 농약이나 제초제 한 방울 주지 않았던 텃밭주인의 마음을 교만하게 만들었다.

올해는 좀 일찍 배추모종을 구하여 심었었다. 거름도 물론 잘 주었다.

벌레가 그런대로 보였으나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이따금 벌레를 잡아주기만 하였었다. 그리고 배추의 크기와 맛을  위하여 인분주로 적당히 추가시비를 한 결과 배추포기가 시장상품만은 못하여도 아내에게 큰소리를 칠만큼 잘 자라주었다.

 지난주에 배추 열댓 포기와 무 등을 수확하여 의기양양한 얼굴을 하며 아내에게 주었다. 김장을 일부 먼저 하라고 말이다.

무는 정말로 일품이었고 쪽파와 대파도 쓸 만 하였으나, 배추는 형편이 없었다.

벌레 먹은 겉잎을 떼어내고 통 좋은 배추를 칼로 반쪽을 낸 순간 허~어~어 !

벌레가 온통 헤집고 다니며 똥을 싸대고, 상하게 만들고, 배춧잎 아래 부분은 갈색으로 변하고... 이 건 말이 아니다!

열불 나는 얼굴로 상한 부분을 도려내고 정리하니 김장은 물 건너갔고 가져간 배추 반은 버리고 나머지로 겉절이와 국거리뿐으로 만 쓸 수 있는 정도였다.

 

 이번 주엔 텃밭의 배추를 몽땅 수확하여 깨끗하게 보이는 실한 놈들만 열댓 포기 건져왔었다.

오늘 아침에 아내는 배추를 쪼개며 큰소리로 텃밭주인을 부른다!

기름 길에 뿌려가며 농막에서 웅크리고 자며 공들인 배추 좀 보소!!!

에구! 할 말이 없다!


 소위 친환경농약이란 것들까지도 만지기를 거부하며 나름대로 건방떨며 만들어낸 배추의 모양 좀 보소!

요놈들 결국은 김장김치 만들지 못하고 겉절이로 가야 하는군!

김치냉장고에 포기김치는 없고, 찢어 놓은 겉절이만 싸여가니 텃밭주인의 체면이 말이 아니올시다!


 내년에는 무만 심고, 배추는 관두어?

내년에는 살충제와 살균제를 살짝 뿌려봐?

내년에는 식초, 우유, 소주, 제충국, 담배꽁초,,,동원해봐?

내년에는 배추모종 정식하지 말고 좀 늦게 파종을 해?

아니야! 지금까지 한대로 그냥 놀아!

그럴까? 그래도 배추는 건져야 하는데~?


 하여간~~~

텃밭주인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텃밭농사로 인한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하여간~~!

다음 주에는 시장에 나가 벌레 먹지 않은 배추를 사다가 아내에게 바쳐야한다!

 그래도~~~!

무, 쪽파, 대파, 토마토, 부추, 땅콩은 실컷 먹지 않았나!

그리고 고구마는 한 겨울 먹을 것 잘 담아 놓았고~

녹두, 검정깨, 옥수수도 먹을 만큼은 하였고!


 주눅 들었던 얼굴에 다시금 자신감이 넘친다!

개판 농사 해놓고도 히죽거리며 내년에 텃밭에 심을 씨앗을 만지작거리는 한심한 작태는 엉터리 취미농군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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