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19. 16:53ㆍ밭 만들기
올해 처음 좀 일찍 텃밭에 갔다.
과일 묘목을 택배로 배달시켰기에 이틀 먼저 가서 묘목 심을 구덩이를 파고, 겨우내 비워두었던 농막에 손 좀 볼일이 있겠다싶어서였다.
농막에 손 볼일이 있어 고생 좀 하였다.
수도계량기가 동파되었고, 부동전은 고장이 나고, 전기온수기는 누수가 생겨 이틀간 고치느라 진땀을 뺐다.
농막을 돌보고 나니 묘목 심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텃밭 북쪽의 산 아래에 밤나무를 심으려 했으나 삽 하나 들어가고는 돌 같은 흙이다. 얼은 땅이 아직도 풀리지를 않은 것이다.
며칠 동안 사과나무 6주, 감나무 8주, 대추나무 2주, 자두 2주 와 텃밭의 남쪽 아랫집 경계선에 아로니아 묘목을 담장으로 삼으려고 20여주를 심었다.
*** 아랫집 담장과 찜질방 지어 놓은 것이 눈에 거슬려 아로니아를 키워 가리려고
친구텃밭과의 동서로 이은 경계선에 쥐똥나무에 더하여 심으려 했던 구기자와 오미자는 밤나무와 함께 가식을 해놔서 다음번 텃밭에서의 일과로 남겨두었다.
매실나무는 다시 또 한 길을 쭉쭉 뻗으며 자랐다.
3그루를 전정하고 20여 그루는 손도 못 대었다.
연못둘레를 정리하는 일도 앵두나무와 백매를 다듬기만 하고......
*** 몰골이 볼품 없어진 연못이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와중에 아주 작은 꽃밭을 세 군데에 만들었다.
농막 뒤편 바위틈에 패랭이꽃, 사과나무와 보리수 사이에 야생화 모듬 씨앗을 뿌리고, 농막출입구 큰 돌을 이용하여 내 딴에는 운치 있는 몇 뼘 꽃밭을 만들었다.
농사를 버릴 수는 없어 감자를 작년에 고추 심었던 이랑에 심고, 농막 바로 아래한 평 밭에는 상추를 파종하였다.
몸이 피곤하지 않도록 조절을 하면서 일을 한다고는 하지만, 그게 어디 생각대로 되는 일일까?
한 번 삽자루 잡고 땅 파기 시작하면 오전이 금방 지나고, 호미자루 잡고 흙을 긁어대면 서산에 해가 넘어간다.
그래도 자주 쉬어가며 적당히 간식을 먹고, 커피도 내려 먹으며 피곤을 풀면서 삼시 세끼를 충실하게 먹어서인지 작년처럼 체중이 줄지를 않았다.
올해부터는 텃밭의 상당부분을 꽃밭으로 만들고 텃밭에 드나들기 좋게 길을 낼 예정이다.
밭은 작은 규모로 열댓 개를 만들고, 자라난 과수엔 열매가 열리게 하는 일 보다는 수형을 알맞게 만드는 일을 우선하려고 한다.
과일나무에 살충제와 살균제를 뿌리지 않으면 수확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내가 만드는 과일이 나오지 않으면 사먹으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유지할 것이다.
올해는 텃밭이 다시금 나의 도량이 되고, 더 하여서 꽃밭이 되어 늦은 나이에도 진정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까하는 시험이 되는 해이다.
내 생각대로 욕심을 줄이고 천천히 즐기면서, 몸과 정신을 다듬어 가기를 바라면서 텃밭정원을 어루만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