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것도 김장배추라?
2007. 12. 1. 11:26ㆍ농사
텃밭에 늦게 심은 배추가 제대로 크질 않아 일부를 무와 함께 거두고 얼음이 얼기 시작한 11월 초에 사십여 포기를 비닐을 씌워 삼 주가 넘게 그대로 놔두었었다.
그동안 영하 12도까지 내려갔던 터라 먹을 만한 배추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싱싱한 녀석들이 반갑게 맞는다.
포기를 둘러 싼 잎은 몇 잎씩 얼어 아깝지만 떼어내고 크고 작은 놈들 사십여 포기를 다듬어 집에 오니 아내는 실실 웃는다.
김장꺼리 걱정 말라고 한 말이 거짓이 되었으니 아내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다듬어 온 배추를 열두어 포기는 신문지에 싸서 모셔두고, 삼십여 포기를 절여 논 것을 아침에 보니 시장 배추 열 포기도 못되어 보인다.
이번에 담근 김치가 네 통이니, 지난번 네 통과 합해도 여덟 통이라 아직도 배추김치를 일곱 통을 더 담가야 한다나?
속이 적당히 들고 맛이 기막히게 고소해서 어깨가 으쓱했지만, 시장배추 이십 포기를 사다가 김장을 더 해야 한다는 아내의 말에 풀이 죽었다.
텃밭에서 장난치며 가꾼 배추로 김장배추 반 겨우 했으니 취미농군 꼴이 말이 아니다.
텃밭에서 다듬어 온 배추라도 아내가 한 번 더 다듬으니 맛좋은 퍼런 배춧잎이 꽤나 나왔다. 그래도 삶아보니 양이 별로이다.
농사짓느라 소홀해서 난 화분걸이가 많이 빈지라 세탁소 옷걸이에 널어서 걸어보니 그럴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