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소리

2008. 3. 16. 00:12농사

 텃밭에 두 달이 넘어서야 갔다.

한 겨울 동안 내깔겨두었던 텃밭이라 그런지 눈이 편하질 못하고 황량하게 보이기까지 하다.

고춧대가 그대로 방치되어있고, 삐죽이 솟아서 큰 잎 떨어진 들깨의 모양이 예쁘게 보이질 않는다.

 텃밭 곳곳에 새싹을 내미는 쑥과 냉이들은 봄의 향기를 진하게 내뿜고 있으나, 텃밭에서 당장이라도 먹을 수 있는 것은 한겨울을 이기고 다시금 파랗게 자라고 있는 쪽파뿐이다.

마늘은 아직도 초겨울에 덮은 잡초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싹이 보이지 않고, 지난 해 내내 싱싱한 먹을거리를 꾸준하게 바치던 부추도 텃밭의 흙 색깔에 묻혀 있다.


 우선 농막을 청소하였다.

먼지를 털어내고, 물건들을 정리하여 쓰기 좋게 하였고, 지난겨울에 만든 개수대의 빗물이 닿는 부분에 페인트를 칠하였다.

상수도연결작업과 개수대와 여자화장실의 전등설치를 하고, 인분주제조통에 공기공급장치를 아예 정화조용 기계로 추가하여 설치하였다. 공기 주입이 잘 되어 질 좋은 인분주가 생산되어질 것이다.

 밭에 방치된 고추와 토마토를 고정하던 지주를 모두 뽑고, 죽은 작물들을 뽑아내니 밭의 모양이 한결 보기 좋았다.

오랜만에 어깨가 뻐근한 기분 좋은 통증을 맛보고 나니 텃밭의 즐거움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그러고 나서 다음날에는 텃밭에 심은 매화, 자두, 살구, 벚나무, 대추나무 등을 가지치기를 하였다. 오후에는 봄볕의 따스함을 맛보고 나니 온몸이 나른해진다.

 

 텃밭 아래 논에는 개구리들이 아우성이다.

짝짓기를 하느라 다른 놈에게 뒤질세라 있는 힘을 다하여 개골거리며 조용한 산골의 적막을 훼방한다. 발걸음을 옮기니 녀석들이 일시에 조용히 입을 다문다.

물구덩이 곳곳에 개구리 알 뭉텅이들이 떠있는 것을 보니 추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예전 초등학교시절에는 친구들에게 뒤질세라 개구리 알을 한 줌씩 건져서 먹기도 했는데.....


 이제 백수가 바빠지는 계절이 왔다.

씨감자를 챙기고, 퇴비를 듬뿍 넣은 토란 밭을 만들어야 하고, 땅콩 껍데기를 까고, 까만 찰옥수수와 상추를 심을 준비를 부지런히 하여야 한다.

 여태껏 비닐을 씌우지 못한 비닐하우스에 비닐을 씌워야하고, 고추와 고구마를 심을 이랑을 만들고 텃밭에서 만든 거름도 적절히 주어야한다.

 

 봄 냄새와 더불어 돌밭에 생기가 돈다.

그리고 겨우내 늘어난 허리가 다시 줄게 되는 땀 냄새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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